한국일보

준 최의 ‘마지막 콘서트’

2024-10-31 (목)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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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독 광부·간호사 출신 올드타이머들 위한 공연

▶ 11월15일 아로마센터서

준 최의 ‘마지막 콘서트’

서독 광부 출신 올드타이머들을 위한 헌정 무대를 준비 중인 최준씨가 자신이 운영하는‘준최 노래교실’에서 공연에서 부를 노래 연습에 한창이다.

1950년대 경복고 재학시절 학교 브라스밴드 지휘자로 활약했던 최준은 남자들의 로망인 드럼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마땅히 가르쳐줄 스승조차 없는 상황에서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 비트에 맞춰 독학으로 드럼을 매스터했다. 드디어 당시 모든 음악인들의 꿈이였던 미 8군 무대에서 역시 독학으로 색소폰을 배운 고 이봉조씨 등과 함께 공연했다.

“1960년 외국인만 출입이 가능했던 UN센터에서 연주를 하는데 마침 미군들을 위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유명 코미디언 밥 호프 일행이 공연장으로 들어 왔어요. 밥 호프는 제 드럼 연주 실력에 반했다며 원한다면 라스베가스에서 공연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하더라고요.”

1962년 한국인과 필리핀계로 구성된 5인조 밴드 ‘선스팟: 아시안 보이스’를 결성, 라스베가스에 막 문을 연 스타더스트 호텔 라운지에서 연주했다. 같은 호텔 옆 라운지에선 한국 최초의 걸그룹 밴드로 1959년 미국에 진출한 김시스터즈 무대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된 한인타운이 생기기도 전인 1965년 LA로 터전을 옮겨 할리웃의 한 클럽에서 연주하다가 1969년 한인사회 최초의 나이트클럽이었던 ‘김치 카바나’를 선셋 길에 오픈했다. 서독에서 광부 생활을 마치고 미국행을 선택한 한인들이 소문을 듣고 하나둘씩 김치 카바나로 몰려 들었다.

낯선 타향살이에 지친 한인들은 준 최가 부르는 노래와 연주를 들으면서 눈물바다를 이루기 일쑤였다. 김치 카바나를 본거지 삼아 서독동우회가 결성됐다. 현재는 안종식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최씨는 “한때 1,500여명에 이르던 서독 광부 및 간호사 출신 한인들은 세월이 흘러 하나둘씩 세상과 이별했고,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이들은 80명 남짓이다.

올해 88세인 준 최씨가 자신과 인연을 맺은 코리아타운 개척영웅들을 위한 감사 노래잔치를 오는 11월15일(금) 오후 5시 아로마센터 5층 더원 뱅큇홀에서 여는 이유다.

공연을 위해 박형만 만희재단 이사장이 대회장으로, 찰리 윤씨가 후원회장으로 나선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조용필의 ‘친구여’, 백설희의 ‘봄날을 간다’, 나훈아의 ‘고장난 벽시계’, 이미자의 ‘아씨’ 등의 노래를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다.

최씨는 “이번 공연은 90이 가까운 나한테도 ‘마지막 콘서트’가 될 듯 싶다”면서 “LA 한인타운을 개척한 이민 영웅들을 위한 헌정 무대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의 (213)507-3066, 503-0494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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