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경제전쟁’ 격화
▶ 1월 2일부터 규정 시행
▶“군사 현대화 악용 우려”
▶한국 등 동맹국 참여 압박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으로 가는 돈줄을 통제하고 나섰다. 대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 부동층 표심을 공략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도 기술 자립을 모색하고 있어 미중 첨단기술 전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28일 연방 재무부는 내년 1월 2일부터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마이크로 전자 기술 등의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중국·홍콩·마카오 투자를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4105호’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친 최종본이다. 백악관은 “중국이 군사 현대화에 중요한 핵심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 개인 및 기업은 중국 등의 반도체 고급 패키징 도구, 슈퍼컴퓨터와 관련된 투자가 금지된다. AI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거래 역시 할 수 없다. 반도체의 집적회로 설계와 관련된 거래는 재무부에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연방정부 고위 관계자는 “범용 반도체를 제작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사전 신고를 하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국의 규제는 미국 자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한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으로 분석된다. 다만 연방 재무부가 발표문에서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맹국 등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동맹에 비슷한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에 대한 유사한 투자 금지 조치가 미국의 동맹국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시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번 규제는 폐기되고 한층 거친 규제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이뤄진 미국의 잇따른 대중 첨단산업 견제 정책에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로 맞불을 놓는 한편 기술 자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5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3440억 위안(약 66조4,000억원)에 달하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차 펀드를 조성했으며 알리바바 등 기업들도 반도체·AI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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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