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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인재 반토막…“처우·우대 문화부터 조성을”

2024-10-22 (화) 서울경제=송종호·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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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 인재풀 확대 비상

▶ GDP대비 R&D예산 세계 2위에도
▶이공계 기피·이탈 갈수록 빨라져
▶‘연구지원 → 산업 선도’식으론 한계
▶어릴 때 과학접점 늘려 진로 유도

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과학기술 인재 성장·발전 전략의 핵심은 ‘과학 자본 축적’이다. 2000년대 들어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가 핵심 전략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는 데 따른 맞춤형 대책이다. 여기에는 교육·체험 기회 확대 등 과학에 대한 접점을 늘릴 뿐 아니라 과학기술인을 우대하고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까지 반영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각국이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미래 주도권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 될 ‘인재 확보’부터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의대 쏠림 등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인재 자체가 줄고 있고 그나마도 우수 인재를 해외에 빼앗기는 실정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은 계약학과를 만들고 대학원 인재들에게 장학금을 줘가면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과학 자본’이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정부 지원책이나 기업의 자체 투자만으로는 첨단기술 경쟁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인을 우대하고 존경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어릴 때부터 과학에 친숙해지도록 유도해 사회적으로 과학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학 자본 축적에 더 힘을 들여 사회 저변에 과학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과학기술인에 대한 처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연구비 삭감 논란에도 올해 한국의 연구개발(R&D) 예산은 비중만 놓고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4.8%(21조5,000억 원)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공계 회피 현상은 그치지 않고 인재는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저출생으로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과학 인재 감소 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19년 이후 5년 동안 4대 과학기술원을 자퇴한 학생은 1,006명에 달했다. 이공계 전체 학생도 줄어들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1999년 86만5,668명이던 이공계 학생이 올해 81만 413명으로 줄었고 2050년에는 42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이공계 기피·이탈 현상의 원인은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 펴낸 ‘과학기술 인재 개발 활동 조사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이공계 대학 연구원의 62.2%가 연구 활동 중 가장 큰 어려움으로 ‘취업’을 꼽았다. 박사와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도 ‘진로 불안’이 각각 56.9%, 59.2%로 높았다. 국책연구원의 한 시니어 연구원은 “확실한 진로와 지속 가능한 연구 활동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업과 진로에 대한 부담을 단순히 ‘돈’ 문제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내년 3월부터 ‘한국형 스타이펜드’로 불리는 연구생활장려금 신설을 비롯해 중장기적으로 연구자들의 실질소득을 증대하는 방안을 꾸준히 내놓을 예정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인재가 존중받는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은 정부도 과학자들에게 경제적 보상 이상의 비전과 미래를 제시·보장해야 이공계 회피 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인재 풀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 친화적 풍토 조성이 관건이라고 봤다. 최연구 부경대 겸임교수는 “한국의 과학 정책은 R&D 지원을 통해 첨단 분야를 선도한다는 식의 ‘부국강병’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초등학교 교육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가 과학에 대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과학관·박물관을 많이 가본 아이가 자연스럽게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고 이공계 우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송종호·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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