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 코로나’ 정책 발목잡혀
▶부동산 붕괴가 직접적 원인
▶ 내수 시장 둔화로 수출 확대
▶무역 마찰 지금보다 더 심화
코로나 팬데믹 발발 직전인 2019년 중국 남부 광저우 시민들이 돼지해를 기념하면 설 명절을 즐기는 모습. 팬데믹 이후 급속히 둔화된 중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로이터]
중국 경제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세계 2위 규모의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둔화세를 나타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목표치인 5%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 곳곳에서 이상 침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 둔화하고 주식 시장과 부동산 투자는 급락세다. 치솟은 실업률은 다시 낮아질 기미가 없고 디플레이션이 가장 심각한 경제 현안으로 떠 올랐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2008년 시행했던 것과 같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 시행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대신, 중국 정부는 미국 및 유럽과의 무역 긴장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첨단 제조업과 수출 주도 성장 정책을 여전히 고수 중이다. 중국 경제 둔화 현상이 세계 무역에 미칠 영향을 진단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발목 잡혀
현재 중국 경제가 겪는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제로 코로나’(Zero COVID) 정책이다. 3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보다 건강과 안전 관리에 더 역점을 뒀다. 경제학자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공식 종료된 2년 전, 팬데믹 기간 억눌린 수요가 폭발해 죽은 경제를 살려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했던 경제 반등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제 성장은 매우 저조한 수준으로 모든 경제 지표는 기대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8월 발표된 최근 경제 지표는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둔화세를 나타냈다. 중국 통계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서 8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7월보다 낮아졌다.
지출 감소는 고용 시장 침체에 따른 현상으로 지난달 도시 지역 실업률은 6개월 사이 가장 높은 5.3%로 올랐다. 청년 실업률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중국 정부는 실업률 발표를 중단하고 집계 방식을 변경했다. 새 집계 방식 적용에도 불구하고 중국 청년 실업률은 지난 7월 무려 17%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 붕괴가 원인
중국 경제 침체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 시장 붕괴다. 부동산 시장은 중국 경제 중 4분의 1을 차지하면 중산층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2020년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의 대출 한도를 규제하며 대규모 부동산 업체의 도미노 파산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중국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조성됐고 올해 1월 이후 부동산 투자는 작년보다 10%나 감소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 저축이 고갈되고 지방 정부 주요 자금 조달원인 개발 부지 판매도 막혔다. 지방 정부 투자와 부동산 투자 감소가 중국 경제에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중국 주식 시장 벤치마크 주가는 5개월 연속 하락, 지난 5월 고점에서 14%나 빠졌다.
암울한 인구 전망은 중국 장기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급격한 출산율 감소로 중국 정부는 급기야 은퇴 정년 조정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최근 남성 은퇴 정년은 기존보다 3년 늦춘 63세로, 여성 블루칼라 직은 기존보다 5년 늘린 55세로 조정해 부족한 노동력을 보강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서기는 경제 관료들에게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인 5% 달성을 위해 노력해 줄 것으로 촉구했지만 서방 경제 기관의 회의적이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을 각각 4.7%로 하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 역시 4.6%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반부패 정책에 투자 심리 위축
시진핑은 2013년 집권 이후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을 앞세워 거대한 중국 경제 환경을 뒤바꿔 놓았다. 반부패 캠페인은 초반 부정 정부 관리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후 민간 부문으로 확대돼 거물급 금융인과 기업인 등과 관련된 대대적인 부정부패 조사가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대형 부동산 개발 기업 에버그란데의 창업자이지 억만장자로 알려진 쉬지아인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실시됐고 중국판 아마존인 알리바바 창업자 잭 마가 추진하던 핀테크 기업 앤트 그룹의 기업 공개가 중단된 바 있다. 이후 독점으로 간주되는 민간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차별적 단속이 이어졌는데 경제학자들은 잘나가던 중국 민간 부문 경제를 망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상하이 소재 미국 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도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 환경으로 인해 2023년 최저 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기업인 중 향후 5년간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한 기업인은 절반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 사업을 철수하고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이전한 기업 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중국 제조업 급성장은 세계 경제와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까지도 중국 수출 급증으로 중국은 세계 나머지 나라 간 경제적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유럽 연합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꾸준히 지적해 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보조금 혜택을 입은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패널, 철강 제품이 세계 시장에 쏟아져 다른 나라의 산업과 일자리에 피해를 주는 일이 현재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 경제 둔화는 이 같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내수 시장이 둔화되면 중국 기업들은 수출로 눈을 돌려 다른 나라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다. 미국 정부는 세계 경제와 대립적인 중국 정부의 경제 전략에 관세 및 외교 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관세 인상 대상으로는 전기차에 대한 관세 100%,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50%,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25%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