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8월까지 한국시장 살펴보니
▶ 전기차 내수판매 4만6,830대
▶EV3 등 소형차 라인업 부상
▶고성능 모델 확대로 시장 견인
▶디젤차, 규제탓에 단종 수순
한국에서 수요 둔화세를 보이던 전기차가 올해 하반기 들어 반등하고 있다.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역대 최초로 디젤차 판매량을 앞서며 완성차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이끌 소형 전기차의 출시에 이어 고성능 모델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를 분석한 결과 현대자동차·기아·KG모빌리티(KGM)·한국GM·르노코리아 등 한국 5개 완성차 업체의 올해 1~8월 전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4만6,830대로 집계됐다.
올해 누적 기준 연료별 판매량으로 봤을 때 전기 승용차는 가솔린(41만7,668대)과 하이브리드(21만614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액화석유가스(LPG) 승용차 판매량은 3만9,376대다.
주목할 점은 한국시장에서 전기 승용차 판매량이 디젤차를 웃돌며 대세 차량이 됐다는 것이다. 올 1~7월까지만 하더라도 디젤 승용차 판매량은 3만9,888대로 전기 승용차(3만7,323대)를 앞섰다. 그러나 지난달 들어 4만4,384대로 소폭 증가하면서 전기 승용차(4만6,830대)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는 전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1~8월) 기준으로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2022년 5만2,657대, 2023년 4만9,688대로 디젤차(2022년 8만7,675대, 2023년 6만8,978대)에 한참 못 미쳤다.
전기 승용차가 디젤차를 누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조여 오는 환경 규제에 따른 전동화 전환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이러한 규제 흐름 속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해 왔다. 차량의 전동화가 결국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전기차는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 맞다”고 강조한 것은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일시적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사업과 관련한 기술 개발, 투자를 이어가며 미래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소형 전기차는 주춤했던 시장 수요를 끌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합리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우수한 주행 성능, 긴 주행 가능 거리 등을 갖추며 일반 소비자들의 전기차 진입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 EV3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대표적인 예다.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은 지난달 4,002대, 1,439대씩 팔려 한국 전기 승용차 모델 가운데 판매량 1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디젤차의 퇴출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서울 사대문 안에서 4등급 디젤차 진입이 금지되고 2030년부터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노후 디젤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기존에 생산·판매되던 디젤차들은 연이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내 디젤엔진 생산을 담당하던 공장을 철거하고 전기차 품질 점검장으로 다시 세우기로 결정하는 등 디젤차 사업 비중을 크게 줄였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모델 확대와 상품성 개선에 적극 나서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경제형 전기차부터 럭셔리·고성능 전기차까지 21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는 2027년까지 15개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건설 마무리 단계로 다음 달 조기 가동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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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노해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