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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한계 돌파… AI 메모리 경쟁 치열해진다

2024-09-24 (화) 서울경제=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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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16단 HBM3E 개발

▶ 업계 ‘12단 최고’ 정설 깨고 자율주행차 적용분야 확대
▶삼성·마이크론 추격 승부수
▶VFO로 D램 칩 결합 혁신
▶10나노 6세대 호평 늘어나

SK하이닉스가 16단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개발에 성공하면서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메모리 업체인 YMTC 역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기존 메모리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HBM과 그 뒤를 이을 미래 메모리를 두고 생존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한발 앞서나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에 성공한 16단 HBM3E는 그동안 “HBM3E는 12단이 최고 적층 높이”라는 업계의 정설을 깬 시도다.


우선 공정의 우수함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SK하이닉스의 매스리플로 몰디드언더필(MR-MUF) 공정이 16단 HBM까지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다시 증명됐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문가는 “12단 이상 제품부터는 기존보다 4단을 더 쌓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며 “16단 양산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 자체로도 상당한 충격을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AI 서버 시장을 넘어 자동차 시장에서도 HBM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구글카’ 제조사로도 유명한 세계적인 자율주행차 기업 웨이모에 3세대 HBM(HBM2E) 시제품을 공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욱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달 한 학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HBM2E를 자동차용으로 따로 설계해 웨이모에 공급했다”며 “차량용 HBM을 공급한 사례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선점 효과’를 노리는 이유는 삼성전자·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HBM 시장에서 회사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3위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움직임이 무섭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이달 초 HBM3E 12단 시제품을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발표했다. 올 초에는 HBM3E 8단 제품으로 삼성전자보다 먼저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생산 능력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내년에 D램 생산 능력을 최대 150~200% 늘릴 계획이다. 자본 지출의 많은 부분이 HBM 라인 증설과 관련 있는데 낸드 생산 기지인 싱가포르 공장까지 HBM 라인으로 증설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HBM 2위인 삼성전자도 분전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8단 HBM3E 승인(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역전하려고 한다. 6세대 HBM(HBM4)에 최신 공법인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과 함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베이스 다이, 10나노급 6세대(1c) D램 도입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SK하이닉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회사가 HBM 업계에서 1위 자리를 이어가려면 제품의 기술·생산 능력 등을 모두 앞서는 ‘퍼스트 무버’의 위치를 고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D램도 HBM처럼 쌓기 경쟁

SK하이닉스는 모바일용 D램에서도 HBM처럼 혁신적인 칩 결합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직팬아웃(VFO)이라는 기술이 SK하이닉스의 무기다. 이는 모바일용 D램의 구리 배선을 꼿꼿하게 세워서 반도체 기판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기존 와이어본딩 방식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수직구리적층(VCS) D램 기술과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D램을 개발하는 등 단일 D램에서도 뛰어난 기술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성과 성능이 삼성전자 제품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주요 고객사들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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