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해서, 조잡해서, 음란하진 않아” 딥페이크 성범죄에 관대한 한국 법원
2024-09-20 (금)
A씨는 2020년 10월 전 여자친구 얼굴 사진을 나체의 남녀가 성관계하는 영상에 오려 붙인 것을 비롯해 총 52회에 걸쳐 11명에 대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또 이 같은 합성물을 16차례에 걸쳐 피해자 실명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퍼뜨렸다. 범행 대상은 전 여자친구, 대학 동기나 선·후배, 친구의 전 여자친구 등이었다. 그는 휴대폰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98개를 소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이 A씨에게 내린 처벌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4년에 불과했다. A씨가 수사단계부터 ①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②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초범이고 ③피해자들과 합의했으며 ④가족들과의 유대관계가 잘 유지돼 재범 가능성도 낮다는 점이 고려됐다. 피해자들이 성적으로 흥분해 눈을 위로 치켜뜬 것처럼 편집한 합성물에 대해서는 “⑤사회통념을 가진 일반인이 봤을 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에 대한 판결은 딥페이크 기술로 성착취물을 제작·반포하는 범죄의 형량을 감경하는 데 있어서 사법부가 어떤 잣대를 들이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일보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2019년 N번방 사건 이후 이듬해 3월 신설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가 적용된 사건 75건의 판결문(올해 8월까지 1심 기준·군사법원 판결이나 공개제한 판결 제외)을 입수해 양형 이유를 분석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설정한 양형 기준을 근거로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경우만 분석 대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