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우자 크레딧 점수 낮으면 나도 떨어진다?

2024-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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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신용 조사의 오해와 진실
▶각자 사용하면 점수 영향 없어

▶ 공동 사용자 크레딧 기록 공유
▶모기지 신청, 낮은 점수가 영향

배우자 크레딧 점수 낮으면 나도 떨어진다?

부부간 크레딧 사용과 관련,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다. 배우자의 크레딧 점수가 낮아도 내 점수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다. [로이터]

미국은 철저한 신용 사회다. 크레딧 점수로 대변되는 신용도가 높아야 재정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배우자 조건으로 직장, 연봉, 가족, 가치관 등 여러 가지를 꼼꼼히 따진다. 그렇다면 결혼 후 주택 구입에 영향을 미칠 크레딧 점수도 배우자의 조건 중 하나로 살펴봐야 할까? ‘배우자의 낮은 크레딧 점수가 다른 배우자의 크레딧 점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는 반대로 ‘배우자의 크레딧 점수가 높으면 다른 배우자 크레딧 점수와 상관없이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등 배우자 크레딧 점수와 관련, 난무한 오해와 진실 중 어떤 말이 맞고 틀린 말은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

■배우자 점수 낮으면 내 점수도 떨어진다?

크레딧 기록이 안 좋은 배우자와 결혼한다고 해서 내 점수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은행 계좌 등 금융 계좌는 배우자 이름으로 통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혼인 신고를 했다고 해서 크레딧 계좌가 자동적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크레딧 점수는 배우자 개인의 크레딧 기록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따라서 상대방 배우자의 크레딧 기록이 나쁘다고 해서 내 크레딧 점수가 낮아질 것이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같은 이유로 크레딧 기록이 좋은 배우자와 결혼한다고 해서 내 크레딧 점수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법은 없다.

다만 배우자의 높은 크레딧 점수를 활용하는 방법은 있다. 크레딧 점수가 높은 배우자의 크레딧 계좌에 공동 사용자로 이름을 올리는 방법이다. 이른바 ‘크레딧 통합’(Credit Merging)으로 불리는 이 방법을 활용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배우자와 크레딧 계좌를 통합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동 사용자로 이름을 등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레딧 계좌를 통합하면 두 배우자 모두에게 크레딧 카드 사용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게 된다. 둘 중 한 사람이 카드를 사용하면 둘 다 빚을 갚을 책임이 발생하고 못 갚으면 두 사람의 크레딧 점수가 모두 손상된다.

■공동 사용자 등록하면 점수 자동으로 올라간?

위의 설명대로 크레딧 점수가 높은 배우자 크레딧 계좌의 공동 사용자로 등록하면 좋은 크레딧 기록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공동 사용자로 등록된 배우자가 크레딧 카드를 책임 있게 사용할 때만 그렇다.

크레딧 카드 회사가 공유 계좌를 신용평가기관에 보고하면 기존 배우자의 크레딧 리포트와 나중에 공동 사용자로 등록된 배우자의 크레딧 리포트에 동시에 반영된다. 공동 사용자로 등록한다고 해서 크레딧 카드 하나를 두 배우자가 나눠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계좌만 공유할 뿐 각 배우자 이름으로 된 크레딧 카드를 발급받아 별도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연체나 미상환 등에 대한 책임은 크레딧 계좌를 처음 개설한 배우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배우자의 크레딧 카드 사용 습관에 따라 공동 사용자 등록을 결정해야 한다. 배우자의 과거 크레딧 카드 사용 습관에 문제가 없다면 두 배우자의 크레딧 점수가 오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두 명 모두 치명적인 크레딧 기록 손상을 입게 된다.


■배우자 점수가 높으면 낮은 이자율 받는다?

결혼한 부부의 가장 큰 목표가 바로 주택 구입이다. 주택 구입에 필요한 모기지 대출 신청 시 대부분 부부가 공동으로 대출을 신청한다. 이때 한 배우자의 크레딧 점수가 높으면 낮은 모기지 이자율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출 기관이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크레딧 점수 모델인 ‘파이코’(FICO)는 오히려 “남편의 점수가 낮고 부인의 점수가 높은 경우 부인의 높은 점수만 사용해서 대출 이자율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부부가 공동으로 모기지 대출을 신청할 때 대출 기관은 한 배우자의 크레딧 점수만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두 배우자의 크레딧 점수를 모두 살펴본다. 신용평가기관 익스페리언에 따르면 대출 기관은 두 배우자의 평균 크레딧 점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가장 낮은 점수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따라서 한 배우자의 크레딧 점수가 높지만, 다른 배우자의 크레딧 점수가 낮다면 대출 승인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크레딧 점수가 높은 배우자가 단독으로 모기지 대출을 받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크레딧 점수가 높은 배우자의 소득만 인정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낮아진다.

■이혼 시 공동 계좌 폐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래 사용한 크레딧 계좌를 폐쇄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계좌를 닫으면 ‘크레딧 사용률’(credit utilization rate)이 높아져 크레딧 점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크레딧 사용률은 크레딧 한도 대비 부채 비율이다. 예를 들어 크레딧 사용 한도가 2만 달러이고 사용한 부채가 5,000달러인 경우 크레딧 사용 비율은 25%인 셈이다. 계좌를 폐쇄하면 한도가 낮아져 사용률이 높아지고 결국 크레딧 점수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크레딧 점수 중 약 30%는 크레딧 카드 사용률이 차지한다. 높은 점수를 유지하려면 크레딧 카드 사용률이 30%를 넘으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한도가 1,000달러일 경우 크레딧 카드로 300달러 넘게 지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면 크레딧 점수가 떨어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계좌를 닫는 것이 안전하다. 배우자에 의해 발생한 부채에 대한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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