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리스, 식료품 바가지 가격과 전쟁 선포

2024-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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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권력 동원 폭리 기업 벌금 부과
▶소비자 경제 정책 부정적 인식 탓

▶ 식료품 가격 하락 효과는 의문
▶가격 급등 원인 대부분 사라져

해리스, 식료품 바가지 가격과 전쟁 선포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가 식료품 바가지 가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공권력을 동원해 폭리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 등이 포함됐다. [로이터]

해리스, 식료품 바가지 가격과 전쟁 선포

수요 감소로 식료품 가격을 내리는 기업이 늘고 가격 급등 요인도 대부분 사라져 해리스 후보의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도 있다. [로이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식료품 바가지 가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민 가계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밥상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밥상 물가는 미국인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인식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다. 수많은 미국인은 높은 식료품 가격을 보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느끼고 있다. 최근 일부 식료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서민 가계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식료품 가격 둔화세 뚜렷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부문이 바로 식품이다. 팬데믹 기간 인플레이션 급등에 식품 가격도 치솟았다. 연방 노동통계국의 집계에 의하면 한동안 가팔랐던 식품 가격 상승세가 최근 둔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7월 전체 식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식료품 가격 상승 폭은 1.1%로 더 낮은데 이 같은 둔화세가 최근 몇 달간 이어지고 있다. 식료품 가격은 2020년 1월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2022년 8월 전년동기 대비 무려 13.5%나 폭등한 바 있다. 모든 식료품 가격이 둔화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7월 달걀, 과일, 육류, 채소, 비주류 음료수 등은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리얼, 베이커리 제품, 유제품 등은 가격이 떨어졌다.

■가격 급등 원인 대부분 사라져

식료품 가격 급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플레이션이 2년 전 정점을 찍은 뒤 최근 크게 완화했다. 지난달 14일 발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경제 분야 전반에 걸쳐 가격 하락세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공급망 대란과 각종 전염병 발생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을 주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가루 공급이 막히면서 베이커리 제품 가격이 들썩였다. 그 와중에 덮친 조류 독감으로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달걀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식품 가공 공장, 식품 창고, 식료품점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에 소비자들은 식료품 구입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다. 다행히 전반적인 식품 비용이 낮아진 반면 고집스럽게 떨어지지 않는 주택 가격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리스, ‘가격 폭리 기업에 벌금 부과’ 계획

카멀라 해리스 선거 캠페인은 얼마 전 식료품 가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연방정부 사상 최초로 공권력을 앞세워 식료품 가격 인상 제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리스 캠페인 측은 처방전 약품과 주택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캠페인 측은 다만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첫 100일 안에 ‘연방 거래 위원회’(FTC)를 통해 바가지 식료품 가격 제한 규정을 위반하는 기업에 혹독한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식료품 가격 급등 원인으로 기업들의 가격 폭리를 지속해서 지목해 왔다. 최근 몇 년간 기업 이익은 급등한 반면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은 떨어지지 않자, 기업의 가격 폭리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책임 규모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높은 식료품 가격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고 많은 식품 기업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는 상황으로 해리스 후보의 정책이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소비자, ‘경제 안 좋다’ 인식

국민들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인플레이션 9.1%에서 최근 2.9%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항목의 가격이 인플레이션 발생 전보다 높다. 특히 필수 품목의 가격이 고집스럽게도 떨어지지 않고 있어 유권자들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여름 개솔린 가격이 갤런당 평균 5달러를 넘자, 유권자들은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바 있다. 최근에는 필수 품목에 해당하는 높은 식료품 가격이 서민 가계부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 줄줄이 가격 인하

높은 식료품 가격에 소비자 수요가 줄자 일부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지난 5월 가격 인하 움직임이 나타났다. 대형 할인점 타겟과 할인 슈퍼마켓 체인점 알디는 수천 가지 품목에 대한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월마트는 주로 5달러 미만 품목으로 구성된 자사 브랜드 ‘셰프가 추천한 음식’ 라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소비자 지출 감소로 기업 수익성이 위협받자, 각 기업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경제의 이중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술적으로는 강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여전히 높고 부채 수준이 급증하면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식료품 가격은 2020년 이후 거의 27% 상승,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초과했다. 주택과 에너지 비용 상승과 맞물려, 미국인들은 2024년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재정적 안정에 대해 점점 더 우울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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