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산업 탈탄소 전환 현주소
▶ 포스코 독자 ‘하이렉스’ 기술 확보에도
▶신재생 이용 부담 크고 정부 뒷받침 미비
▶수소환원제철 생산비용 기존보다 높아
▶청정 전력·그린 수소 조달 인프라 시급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구호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녹색 철강’ 전환은 시급한 과제다. 당장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필두로 글로벌 탄소 규제가 철강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녹색 철강에 반드시 필요한 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인프라, 그리고 정부 지원이 부재하다. 이대로라면 녹색 철강을 생산해도 경쟁국들보다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로 이전하라는 의미로 읽힌다(김다슬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는 지적이 환경 단체에서 나올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철강 생산량이 적은 독일·스웨덴은 한국 대비 수십 배의 정부 지원금을 투입 중이다.
6일 국내 기후 단체인 기후솔루션과 미국 글로벌 이피션시 인텔리전스, 트랜지션 아시아 홍콩·노르웨이 등 해외 연구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 철강 생산국 중 유일하게 수소환원제철의 생산 비용이 기존 공정(고로·전로 방식)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그린수소를 투입해 철강 1톤당 탄소 배출량이 고로·전로 공정 대비 97% 이상 줄어드는 기술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가리킨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독자적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기술을 확보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한 실증 사업과 연계해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녹색 철강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독일·스웨덴 정도다.
기후솔루션 등이 최근 발간한 ‘녹색 철강 경제학:세계 그린수소환원제철과 전통 제철의 경제성 비교’ 보고서 분석에 의하면 향후 그린수소 가격이 ㎏당 1달러(약 1,350원)까지 저렴해진다고 가정할 때 일본·미국·유럽의 수소환원제철 1톤당 생산 비용은 각각 585달러·544달러·607달러로 고로·전로 대비 최대 61달러 줄어든다.
그러나 한국은 고로·전로 방식의 생산 비용이 605달러, 수소환원제철의 생산 비용이 621달러로 오히려 비싸진다.
이는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가 한국에서는 비싼 데다 발전량도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김다슬 연구원은 “연산 300만 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설비 13기를 도입한다면 그린수소 생산에 188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2038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량의 81%”라고 설명했다. 국가 전체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이 철강 부문 수요와 엇비슷하다는 이야기다. 또 포스코가 하이렉스 상용화에 성공해 2050년 3,800만 톤 규모의 수소 환원 강을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약 350만 톤의 그린수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2050년 그린수소 생산 목표치는 단 300만 톤이다.
철강이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업종임에도 정부는 망설이기만 하는 모습이다. 포스코가 녹색 철강 전환에 필요한 40조 원의 재원을 고민하는 사이 주요 철강 생산국에서는 일찌감치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았다.
철강 생산량이 연 3,500만 톤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인 독일은 SHS·아르셀로미탈 등 자국 기업의 수소환원제철 설비 도입에 각각 4조 원, 2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확정했다. 독일 철강 산업의 탈탄소를 위한 전체 정부 지원 규모는 10조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정부가 확정한 지원금 규모는 총 2,685억 원, 그나마도 이 가운데 2,416억 원은 석탄을 사용하는 기존 철강 생산 설비 개선에 투입된다. 수소환원제철을 위한 예산은 고작 269억 원이다.
2016년부터 정부, 철강 기업 사브, 철광석 공급 기업, 전력 기업이 합작 벤처를 설립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착수한 스웨덴도 1조 원 이상의 나랏돈을 투입 중이다. 2030년 전까지 기술 상용화가 목표다. 일본 역시 2030년까지 녹색 철강 1,000만 톤 이상 생산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4조 491억 원을 투자한다.
이와 별도로 그린수소 기술 개발,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3조3,300억 원을 배정했으며 일본제철·JFE스틸 등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약 2조3,706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검토 중이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미국·일본은 자국 기업들이 수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경제적인 가격에 수소를 구매할 수 있는 인프라와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미국 플러그파워가 수소 1㎏당 최대 3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철강 업계는 지난달 29일에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철강·알루미늄 탄소 중립 정책 협의회’ 회의에서 “청정 전력, 그린수소를 원활하게 조달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이를 위해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수소경제 이행기본계획에 제대로 산업 수요를 반영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활용해 저탄소 기술 투자·개발을 유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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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