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 시작된 주식시장 급락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도 지난 월요일 12% 폭락하면서 1987년의 ‘블랙 먼데이’ 이후 가장 가파른 투매세를 보였다. 유럽 주식시장 역시 곤두박질쳤다.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지수로 간주되는 S&P 500지수는 지난 주의 손실에 3%의 낙폭을 추가했다.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것은 지난 금요일에 나온 실망스런 고용보고서였다.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실업률이 4개월 연속 상승한 반면 고용은 큰 폭으로 둔화됐다. 이처럼 저조한 고용지표는 한동안 잠잠하던 경기침체 우려에 다시금 불을 댕겼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한동안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거의 확신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난기류를 맞닥뜨린 상태다.
하지만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몇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지난주의 고용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스냅사진에 불과하다. 오차범위가 큰데다 앞으로 일련의 수정작업을 거쳐야 한다.
허리케인 베릴로 인해 고용수치가 일시적인 하강압박을 받았을 수도 있다. 노동통계청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지만 악천후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한 비농업부문 노동자들의 수만 해도 43만 6,000명을 헤아린다. 이는 7월에 보고된 역대 최고수치다. 날씨 탓에 파트타임 근무를 했다고 밝힌 근로자들의 수 역시 100만 명을 웃돈다. 이 역시 7월의 수치로는 역대 최고다.
과거의 기록을 들추어보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4.3%의 실업률은 반세기만의 최저수준이다. 최근의 고용추세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세선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면 현재의 전반적인 고용상황은 대단히 양호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7월에 추가된 급여직 일자리 숫자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노동시장 관측통이 적지 않지만 이와 유사한 수치는 올해초에도 나왔고, 이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도 따라오지 않았다.
최종 수정작업을 마친 4월 고용지표는 한달 사이에 고작 10만 8,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추가되는데 그쳤음을 보여주었지만 다음달의 신규고용 수치는 전 달의 두배인 21만 6,000개로 늘어났다.
분명히 말해, 소비자 지출을 비롯해 경기침체 여부를 측정하는 경제지표들은 뜨겁게 달아오른 미국 경제가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기본체력은 여전히 튼튼하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따라서 금요일에 나온 고용보고서가 겉으로 보이는 만큼 나쁘지 않을 합리적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다음달의 고용지수 역시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
이제 이런 낙관론을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앞으로 미국 경제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자. 팬데믹 이후 다른 부유한 국가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직 미국만이 코비드-19 이전에 나온 GDP와 고용 전망치를 상회하는 등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신호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크레딧카드 연체율이 슬금슬금 오르더니 기어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지출모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금리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한번이라도 상환만기일을 어겼다간 신용카드 채무변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기업의 탐욕에 관한 좌파의 선동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수익성은 약화됐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조정한 기업이윤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고점을 찍은 뒤 후퇴를 거듭했다.
묘하게도 주가는 주요 거시경제지표와 분리돼 따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고금리가 일반적으로 주가에 하강압박을 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주가동향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연준의 연이은 금리인상에도 주가는 상방향 추세를 유지했고 최근 몇 달 사이에 사상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주식시장은 한동안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의 활기를 보였다. 파티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일부 투자자들은 마침내 지난 금요일 파장의 낌새를 보았다.
7월 고용보고서는 일부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완전한 재앙은 아니지만 주식 투매를 부추키기에 충분할만큼 실망스러웠다. (일본의 엔화절상도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엔화로 대출받은 헤지펀드사들이 엔화가 절상되자 대출금을 서둘러 갚기 위해 일제히 주식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주된 유려는 광범위하게 퍼진 경기침체 두려움이 자체적으로 확대재생산을 거듭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포심은 전염된다.
투자자들은 시중에 퍼진 경기침체 소문에 주식을 팔아치우고, 기업들은 리세션에 대비해 투자와 고용을 축소한다. 이렇게 되면 실직 가능성에 잔뜩 긴장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다. 경기침체 우려가 자기충족적 예언이 되는 셈이다.
결론은 이렇다: 우리를 침체로 밀어넣는 것은 7월 고용보고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부추기는 경기침체 공포감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자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바로 지금, 경기침체 두려움은 우리의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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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