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까’-.
2024년 7월 21일이었다. 바이든이 대 국민서한을 통해 대선 후보직 사퇴와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선언한 날이.
그리고 3일후인 24일. 바이든은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새로운 세대에게 성화를 넘겨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퇴의 변과 함께 재차 해리스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의 연설은 워싱턴 인사이더로서 반세기가 넘는 바이든의 정치여정이 사실상 끝났음을 알리는 일종의 고별사였다.
이와 함께 던져지고 있는 질문은 ‘해리스는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6월 27일이었던가.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TV 토론에서 노인성 치매증세를 완연히 드러낸 게. 그리고 두 주 후 발생한 게 트럼프 암살미수사건이다. 피가 낭자한 채 일어서서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자’를 외친 트럼프. 그 순간 ‘불굴의 용기를 지닌 지도자’란 신화가 탄생하면서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2024년 미대선의 흐름은 완전히 기우는 듯 보였다. 트럼프 압승으로.
그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뒤이은 바이든의 후보사퇴. 그리고 해리스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결집, 미국 정치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격변의 연속이라고 할까. 그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역류 현상이다.
이와 동시에 ‘해리스는 트럼프를 이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돈이 민주당 캠페인에 몰리고 있다. 바로 이 현상이 그 같은 희망적 관측을 낳고 있는 한 요소다.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를 비판하는 소리가 일체 없다.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연방하원의장 등 당 수뇌부에서 평당원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은 전례 없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두 번째 요소다. 거기에다가 주류 언론 대부분이 민주당에 호의적이다.
‘해리스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공화당 측의 관측이다. 아마도 틀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뭔가 변화가 감지된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의 트럼프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이 그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대니얼 헤닌거의 지적이다.
‘간발의 차이로 암살범의 총격에서 벗어난 트럼프. 그는 마치 신의 특별한 가호를 받는 사람같이 보였다. 그런 그가 대정치가의 풍모를 엿보이게 하는 후보 수락연설을 했더라면 그것으로 대선은 사실상 끝났을 수도 있었다. 연설이 장황히 길어지면서 친숙한 트럼프의 본 모습이 튀어나왔다. 저속한 공격에, 거짓말도 서슴없이 늘어놓는.’
이어지는 그의 지적으로 이 같은 트럼프의 결정적 약점이 새삼 노출되면서 해리스로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해 볼만 한 선거가 됐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절대적 우세’- 이게 지난 21일 시점까지의 형세다. 암살미수사건에, 전당대회 밴드 웨건 효과에 힘입은 결과다.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그만 오만으로 변질됐다고 할까. 그러면서 공화당은 잇단 무리수에 오발탄을 쏴대면서 역류현상이 일기 시작한 것.
그 무리수의 하나가 후보사퇴를 한 바이든이 대통령 직에서도 물러나야한다는 공화당의 공격이다. 바이든은 정치적으로 이미 과거의 사람이 됐다. 그런 그에 대한 공격은 역풍만 불러오고 있다,
해리스는 59세다, 78세의 트럼프와 거의 한 세대 차이가 난다. 이 상대적 젊음에 착안, ‘미래와 과거의 대결’이란 프레임을 걸고 나설 때 민주당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지적이다. 과거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이 바로 이 선거 전략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동시에 트럼프에 대한 국민투표로 선거 분위기를 몰고 갈 때 해리스에게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트럼프는 골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공화당원을 벗어날 때 별인기가 없다. 때문에 가능한 선거 전략이라는 것.
그렇다고 해리스가 불패의 대선주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국구 정치인으로 약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진보좌파 온상 출신으로 ‘립스틱을 바른 버니 샌더스’란 별명이 따라 붙고 있는 것이 그 하나다. 각종 여론조사들에서도 바로 이 약점이 드러난다.
해리스는 젊은 유권층, 흑인계 유권자들에게 강세다. 그러나 노년층과 백인 근로계층 유권자들에게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경합 주 유권자들은 노년층과 백인 근로계층이 다수라는 사실이다. 선거인단 확보에는 바이든보다도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트럼프보다도 비호감도가 높은 정치인이라는 것도 해리스의 약점이다. 그리고 바이든은 국경문제를 부통령인 해리스에게 위임했다. 그 국경문제가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는 것도 악재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다. 그 군통수권자로 누가 더 적합한가. 평화 시에는 별로 부각되지 않는 선거 이슈다. 그렇지만 차기 미 대통령은 자칫 전시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중국-러시아-이란-북한으로 이어지는 전체주의 축의 도발이 여간 심상치 않아 나오는 전망이다. 이런 정황에서 해리스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 경쟁에서 트럼프에 비해 크게 열세다.
이 모든 점들을 감안, 미국의 집단지성은 오는 11월 5일 어느 쪽을 선택할까.
대선 전망은 그렇다고 치고, 바이든의 고별사.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냉전이후(post-Cold War)시대 마지막 대통령의 역사 속으로의 퇴장이 아닐까. 한 시대의 종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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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