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승리자

2024-07-26 (금) 조광렬 수필가·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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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승리자’란 어떤 사람인가? 인생은 공평한가? 이런 생각을 해보는데 문득 아래의 ‘나’라는 시를 쓴 시인이 떠오른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없지만/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하늘의 시인’이라 불리는 송명희 시인의 시다. 송 시인은 말 한마디를 하려면 머리, 손, 발 모두를 제각각 방향으로 뒤튼 다음에야 어렵게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선천성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가난해서 치료도 제대로 못받은 채 일곱살까지 누워 지냈다. 그녀에게 희망이라곤 없었다. 모든 게 절망이었다. 그녀는 세상을 원망했다.


그래서 자살도 생각해 보았다. 왜 이리 불공평할까? 그래서 신을 향해 따지기 시작했다. 소리쳤다. 울부짖었다. 왜 공평하지 않으시냐고… 그가 열일곱 되었을 때 하나님을 만났다. 어느 날,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내가 말하는 대로 써라”라고 하셨다고 한다.

왼손에 토막 연필을 쥐고 울먹이면서 받아적었다. ‘공평하신 하나님’이라 쓰라고 할 때는 거부하며 반항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해서 ‘나’라는 시가 탄생하게 되었다. 최덕신이 곡을 붙인 이 시는 복음성가로 널리 애창되고 있다.

초등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 그에게 하나님은 그렇게 꾸준히 시를 불러주셨다. 그렇게 시가 계속 쓰여졌다. 그 결과 주옥 같은 복음성가 가사가 그녀의 영혼을 통해 흘러나왔다. 1985년 이를 모은 첫 시집이 출판되어 나오자 장애인 송명희는 주목받는 시인이 되어 메스컴을 타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그를 통해 기독교 도서들이 저술되었다. 그는 ‘공평하신 하나님’을 비롯해 28권의 저서를 내었고 그의 시에 곡을 붙인 찬양 가사가 이백여 곡이나 된다.

스무 살도 살기 어려울 것이라던 그가 쉰을 훨씬 넘기고 휠체어에 의지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를 다니며 장애인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깨어진 질그릇이던 그녀가 이제는 귀한 금그릇으로 값있게 쓰여지고 있다.

그는 말한다. “공산품 공장 제조기처럼 다들 똑같이 잘 살아야 공평함은 아니며 천국에서도 우리는 각자 받을 영광이 다를 것이다.” 라고…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의 간증을 듣노라면 내 자신이 고개를 들수 없이 부끄럽고, 그런 그로부터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다. 우리는 그를 통해 위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간접 체험 한다.

‘사랑’에 대한 명언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내가 이제껏 본 사랑에 관한 말 중 압권은 [논어]에 나오는 ‘애지 욕기생(愛之 欲基生),’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것이다” 라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사랑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말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그러하다. 그 위대한 하나님의 사랑이 송시인을 ‘살게끔’ 만드셔서 귀한 쓰임을 받고있다.


“세상은 평등하게 공평하다”는 문구가 또한 생각난다. 가장 불공평한 세상을 살아가는 송명희 시인의 ‘공평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무한한 ‘감사’일 것이다. 하나님을 만나본 사람만이 그 사랑과 기쁨을 안다.

그는 하나님안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되었다. 진정한 승리자란 자신의 분노와 미움을 이겨낸 자이다. 그런면에서 송명희 시인은 자신을 이겼을 뿐 아니라 희망과 위로의 전도사로 거듭난 진정한 승리자이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다만 누가 더 가치있고 행복하게 사는가 하는 것이 다르다. 송시인이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하는 것 같다. “당신도 ‘위로자(慰勞者)’가 될 수 있습니다. 절망속에 계십니까? 이제 어둠이 물러가면 빛이 찾아올 것입니다. 분명히 남이 없는 것을 내게 주신 것이 있을 겁니다.

감사할 것을 찾아보세요. 그게 빛입니다. 빛을 향해 가세요. 모든 걸 감사하세요. 고난도, 아픔도, 슬픔까지도 감사하세요.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걸어갈 수 있을 겁니다”라고. 그녀가 요즘 전신마비로 힘들어 한다고 한다. 송 시인 힘내세요.

<조광렬 수필가·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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