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리 개념’은 어릴 때부터 주입 권장

2024-07-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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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위한 올바른 재정 교육
▶가구 예산 자녀와 함께 상의

▶ 용돈은 현금 대신 은행 입금
▶비싼 물건 구매 스스로 결정

‘복리 개념’은 어릴 때부터 주입 권장

재정 교육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실생활을 적용해 쉽게 설명하면 올바른 재정 습관을 익히는 데 효과적이다. [로이터]

올바른 재정 습관을 익히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프루잇 가정도 얼마 전부터 자녀 재정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프루잇 가정은 새 차 구매를 놓고 고민하던 중 8살짜리 딸과 11살짜리 아들과 함께 상의하기로 했다. 자녀들에게 어떤 차를 사면 좋을지 물어봤더니 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급 전기차 리비안을 외쳤다. 그런 다음 그 차(기본 모델 시작 가격 7만 5,000달러)가 얼마인지 알아보라고 했더니 둘의 표정이 금세 시무룩 해지는 것을 봤다. 프루잇 부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자녀들과 가족 돈 문제에 대해 함께 상의하고 있다. 올바른 재정 습관의 개념을 빨리 익히면 익힐수록 좋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프루잇 가정을 비롯, 몇몇 재정 상담사와 함께 자녀들에게 돈을 가치를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물어봤다.

■복리 개념, 실생활에서 쉽게 설명

여느 부모처럼 프루잇 부부도 자녀들에게 매주 용돈을 주고 있다. 각각의 나이의 반에 해당하는 액수를 용돈으로 주는데 현금으로 주지 않고 자녀 이름으로 개설한 은행 체킹 계좌에 직접 입금한다. 자녀들이 용돈을 눈으로 보지 않으면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돈이 쌓이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부는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집안일 외에 자녀가 추가로 집안일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집안일을 더 하면 할 수록 책임감도 커지고 용돈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이후부터는 딸은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자진해서 설거지를 도와가며 용돈을 악착같이 더 받아냈다. 부부는 최근에는 11살짜리 아들에게 복리 개념을 설명해 줬다. 간단한 숫자와 온라인 복리 계산기를 사용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부부는 아들이 복리 개념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복리가 적용되는 세이빙 계좌를 열어줄 계획이다. 부부가 65세까지 매년 몇백 달러씩 복리 계좌에 저축하면 나중에 얼마로 불어나는지 보여줬더니 아들이 ‘우와’라고 하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복리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해 주겠니?”라고 물었더니 아들은 “은행에 돈을 저축한 뒤 쓰지 않고 놔두고 계속 추가로 저축하면 돈이 마치 해조류처럼 스스로 불어나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비싼 물건 원하면 ‘기회비용’ 설명

아들은 얼마 전 고가의 스마트 워치를 사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자녀가 나이가 들어 비싼 물건을 사달라고 할 때 자녀와 가족 예산을 보여주며 자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재정 교육이 필요하다. 프루잇 부부도 비싼 시계를 사달라는 아들에게 가계부를 꺼내 보이며 가족의 각 지출 항목을 하나씩 설명했다. 부부가 이렇게 한 이유는 아들에게 기회비용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기회비용은 모든 재정 결정을 내리기 전에 고려해야 한다는 경제 개념이다.

부부는 “아들에게 네가 원하는 시계를 사면 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다른 지출 항목 2개를 줄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부부는 그래도 시계를 사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그동안 모은 용돈을 사용하면 구입을 허락해 주겠다고 했다. 이때 자녀가 만약 망설이거나 자기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하면 부모도 부모의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해주면 결정권은 자녀에게 돌아가게 된다.

■시행착오 겪도록 내버려둬야

그래도 자녀가 비싼 물건을 사고 싶어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부모가 자녀가 내린 결정을 따르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좋다. 프루잇 부부의 딸은 부모의 가족 지출에 대한 설명을 듣고도 비싼 레고 세트를 자기 용돈을 구입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딸은 그렇게 사고 싶었던 레고 세트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딸이 큰돈을 쓰고 후회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지만, 부부는 딸의 재정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존 체스브로 재정 상담가도 “자녀들이 합리적인 액수 내에서 돈과 관련된 실수를 하고 교훈을 얻어야 재정적인 책임감이 생긴다”라고 조언했다. 인클루시브 웰스의 후옌 응우옌 재정 상담가도 실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응우옌 상담가는 부모에게 최악과 최고의 재정 결정에 대해 기록해 보라고 조언한다. 그런 다음 그런 결정에 이르게 된 원인과 과정을 파악해야 자녀들에게 올바른 재정 조언을 할 수 있다. 응우옌 상담가는 “올바른 재정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이해해야 돈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돈을 통제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잔돈은 너희 몫

자녀에게 심부를 시키고 함께 쇼핑을 하는 것도 올바른 재정 습관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프루잇 부부도 종종 자녀들을 위탁판매업소에 데리고 갔다. 중고의류를 맡기면서 위탁업소 직원이 상품성이 있는 의류를 고르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보라고 자녀들에게 알려준다. 그러면 자녀들이 새 옷처럼 상품성이 있는 중고 의류를 새 옷의 일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체스브로 상담가는 자녀들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잔돈을 심부름 값으로 주면 자녀가 가격을 깎는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라며 추천한다. 물건을 사 오라고 부탁하면서 적당한 잔돈이 남을 만큼 돈을 주고 잔돈을 가지라고 하면 자녀의 물건값을 깎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잔돈 전략’을 쓰면 자녀의 지출 습관이 바뀌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가서 음료수를 시키지 않고 무료로 제공되는 물을 시키고 나머지 잔돈을 챙기려는 변화가 생긴다.

응우옌 재정 상담가는 자녀들에게 사고 싶은 물건을 적은 뒤 중요한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는 습관을 들이도록 가르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그 목록을 살펴, 우선순위가 바뀌었는지 살펴본다. 만약 변화가 있었다면 자녀가 자신이 은행에 가진 돈과 장기적으로 더 필요한 물건 등을 확인한 뒤 사고 싶은 물건을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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