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수 매출 기록적 증가세
▶10대 초반·남성 구매 늘어
▶ 향수로 그날 기분 표현해
▶값싸게 명품 구매 만족감
향수 업계가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10대 초반 어린 소비자와 남성 소비자가 향수 매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로이터]
패션의 완성은 향수. 향수 업계가 기록적인 매출 증가세로 즐거운 비명이다. 예전에는 남과 차별하기 위해 향수를 뿌렸다면 최근엔 자신의 감정 표출을 위해 향수를 사용하는 젊은 층이 많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향수 업계 공룡인 ‘코티’(Coty)와 로레알 등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남성·어린 소비자’ 증가
시장 조사 업체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향수 업계는 고급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올해 1분기 13%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향수를 처음 구매한 소비자와 남성 소비자들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는데 샤넬, ‘입생로랑’(YSL), 디올, 르 라보, 조 말론, 톰 포드 등 고급 브랜드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10대 초반의 어린 소비자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향수 기프트 세트와 솔 데 자네이로와 같은 바디 스프레이 구매에 나서면서 향수 매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과거와 다른 지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저축한 돈이 점점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욕망을 위한 소비가 줄지 않고 있다. 전에 없던 이런 소비 행태가 향수 업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뷰티 인플루언서와 ‘조용한 럭셔리’(로고가 보이지 않는 명품) 트렌드가 고급 향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요인이다.
명품 의류가 때로는 천 달러, 만 달러 단위에 판매되는 것에 비해 백 달러 단위에 구입할 수 있는 향수는 저렴한 명품 패션 아이템이다.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1억 병 이상의 향수가 팔렸다.
향수 업계 연간 매출액은 2026년까지 9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과 호황이 반복하는 다른 분야와 달리 전례 없이 호황을 거듭하는 현 상황에 향수 업계도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경제 상황 영향 안 받아
메이크업, 스킨케어, 헤어케어 등을 아우르는 뷰티 업계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다. 뷰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기분이 좋으면 좋아서 화장품을 사고 우울하면 우울한 감정을 달래려고 화장품 매장을 찾는다. 경제가 안 좋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사치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뷰티 제품 판매가 오히려 늘어난다.
고급 향수 매출은 팬데믹 초기인 2020년부터 이미 업계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회생활과 직장 생활이 단절되자 자신을 위한 물품 구입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와 때를 같이 한다.
2.4~3.4온스짜리 한 병에 300달러를 호가하는 메종 프란시스 커종 540, 바이레도 모하비 고스트와 같은 명품 향수가 거침없이 팔려 나갔다. 향수 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 직후 향수 매출 급증을 이끈 것은 고가 향수”라며 “당시 300~400달러가 넘는 향수 매출은 경이로울 정도였다”라고 설명했다.
■‘부자’ 냄새 풍기고파
이후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한 향수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었다.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100~200달러대 향수 구매를 통해 명품 구입 때는 느끼는 만족감을 느끼려는 소비자들이다.
레이먼드 제임스 에퀴티 리서치의 올리비아 통 애널리스트는 “100~200달러로 명품 핸드백과 구두를 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하지만 같은 비용으로 톰포드, 샤넬과 같은 명품 향수 구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사바나 미술 디자인 대학의 도미니카 베어드 미용 및 향수 프로그램 책임자는 “향수로 ‘부자’ 냄새를 풍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누군가 당신의 향수 냄새를 칭찬하면 마치 고급 클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휴고보스, 버버리, 캘빈클라인 등 미용 제품 톱 7 브랜드를 거느린 ‘코티’(Coty)의 향수 매출은 전체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향수 매출을 독식하고 있다. 코티의 향수 부문 순익은 연간 60%나 급증한 경이로운 기록을 올렸다.
■10대 초반은 ‘바디스프레이’
향수 소비에 Z세대도 뛰어들었다. Z세대는 향수를 패션 룩의 완성일 뿐만 아니라 자기표현 수단으로 생각한다.
에스티 로더의 파브리지오 프레다 CEO에 따르면 젊은 소비자 중에는 상황에 따라 사용하기 위해 향수를 8개나 가지고 있는 경우도 흔한데 이는 향수 업계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다.
향수 업계의 새 트렌드 중 하나는 신규 고객과 남성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코티의 경우 지난해 신규 고객이 500만 명이나 늘었는데 전년 대비 약 6% 증가한 수치다. 또 지난해 여성 고급 향수 소비 규모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반면 남성의 소비 증가 폭은 17%로 향수 구매에 열광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사바나 미술 디자인 대학의 베어드 책임자는 “남성이 점점 세련된 뷰티 제품 구매자로 떠오르고 있다”라며 “구치와 같은 고가 제품에서부터 마켓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바디스프레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카나에 따르면 25~44세 사이 소비자의 향수 구매가 19%나 급증했는데 이중 특히 자녀를 둔 가구의 구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2010년~2024년에 태어난, 이른바 알파 세대의 바디 스프레이 구매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10대 초반을 의미하는 ‘트윈스’(Tweens) 세대에서는 틱톡에서 화제가 된 솔 데 자네이로 제품이 열광적인 인기다. 이 제품은 7가지 향을 지닌 바디 스프레이와 로션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 나이 많은 형제, 부모를 보고 자란 이들이 자라서 어떤 향수 제품을 구입할지 예측할 수 있는 트렌드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