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물이 된 셰브론 독트린

2024-07-08 (월) 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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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동안 이민법 등 행정에 관한 법률 해석의 잣대였던 셰브론 독트린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6대3으로 보수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연방 연방대법원은 최근 1984년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셰브론 독트린에 종지부를 찍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이민법을 비롯한 법률의 해석 권한을 독점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이번 판결은 행정부의 법률 해석 권한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그 파장이 심대한 것으로 보인다.

-셰브론 독트린은 무엇인가

▲연방대법원의 판례로 나온 법률 해석의 원칙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서 법률이 명시적으로 밝힌 경우에는 법원은 당연히 그 법률에 따른다.


그러나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특정사안에 대해서 모호하거나 침묵한 경우 법원은 행정기관과 다른 입장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행정기관의 전문성과 축적된 현장 경험을 존중해 행정기관의 법률해석이 합리적이라면 행정 기관의 규칙이 맞다고 본다.

실제로 법률 규정이 모호한 경우가 많고, 법률이 만들어 질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나중에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 행정기관이 흔히 규칙제정을 통해서 긴급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이런 국가 운영의 현실을 감안하고 동시에 행정기관의 전문성과 경험을 중시해 나온 것이 바로 쉐브론 독트린이다.

-이번 대법원 결정의 내용은 무엇인가

▲수자원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연방 수산서비스는 관계법을 근거로 원양어선들이 수자원을 남획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원양어선에 정부가 임명한 감독관 승선을 의무화하고, 원양어선 선주가 이 감독관의 일당 700달러를 부담하게 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원양업체들이 선주에게 감독관의 일당 700달러를 부과하는 규칙이 관계법에 어긋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헌법과 행정소송법에도 법률 해석은 법원의 고유권한이며 행정규칙이 법률에 맞는지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연방대법원이 셰브론 독트린를 없앤 근거는?

▲1930년대 대공황때 내놓은 연방 정부의 대공황 극복 대책인 뉴딜 정책은 연방정부가 여러가지 대통령 명령과 행정기관의 규칙들이었다. 크게 성공을 거둔 뉴딜 정책을 시발로 행정부가 환경, 노동, 교육등 국가운영의 전 분야에서 정부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대통령 명령이나 규칙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다. 행정부의 권한과 영향력이 커졌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진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왔다. 대법원의 구성이 보수진영 우세로 재편되면서 우편향의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해 다른 판결을 통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법률로 행정기관에 권한을 명시적으로 위임할때만 행정기관이 독자적인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셰브론 독트린의 폐지는 이민법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

▲법이 모호할 때는 행정기관의 해석이 합리적이면 법원이 행정기관의 해석에 따른다는 셰브론 독트린의 폐지로 이민 규정의 위법을 따지는 소송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도 의회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서 법률 개정작업이 거의 미뤄지지 않는 것이 이민법이다. 자연히 대통령이 행정명령이나 규칙으로 정책 목표를 추진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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