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스트코, 미국이 지금 필요로 하는 ‘영웅’

2024-06-17 (월)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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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를 찬양하라. 코스트코는 현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영웅’이다.

대형 두루말이 화장지 꾸러미와 저렴한 가스비로 널리 알려진 창고형 쇼핑클럽이 최근 중대발표를 내놓았다. 코스트코의 명물인 핫도그-소다 콤보 가격을 40년전과 동일한 1달러50센트로 유지한다는 ‘깜짝 선언’이다.

미국인들은 집단적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소셜미디어는 소비자들이 쏟아낸 환호와 칭찬 세례로 넘쳐났다. 정치적 양극화와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인 소비자들이 녹초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40년 전에 책정된 핫도그 + 소다 가격을 변함없이 유지하겠다는 코스트코의 선언이 나오자 정치권도 칭찬 릴레이에 합세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코스트코를 대기업들의 죄를 대신 져야할 ‘희생양’으로 간주한다. ‘거대’ 기업에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부정적 인식 탓이다. 최근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 매서추세츠)은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공룡 기업”의 대표주자로 코스트코를 지목했다. 그러나 워런 의원의 주요 증인으로 청문회에 나온 브루클린의 한 고급 식료품점 소유주는 “코스트코가 소비자들에게 제값을 받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아군에게 총질을 하는 듯한 증언을 했다.

지난주 코스트코 때리기에 가세한 다른 좌파그룹들은 ‘탐욕’으로 가득 찬 이 회사가 “불필요하게 미국인 가정을 쥐어짜고 있다”고 비난했다. 낮은 가격을 표방하는 코스트코가 여전히 큰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추가 가격인하를 해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코스트코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그건 현실파악 능력이 완전히 결여됐음을 보여줄 뿐이다. TD 코웬의 매니징 디렉터인 올리버 첸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상품의 가격 마진을 좁게 책정한 대형 소매점들 가운데서도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유명하다. 코스트코가 사이비 종교집단의 광신도들에 비견할만한 열혈 추종자 무리를 거느리는 이유다. 얼마 전 득남한 한 경제전문가는 필자에게 코스트코 입구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냈다. (사진 뒷면에는 “우리 가족과 코스트코는 지금까지 삶의 모든 여정을 함께 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필자가 참석한 결혼식의 새내기 커플은 성혼서약서에 코스트코를 등장시켰다. (“당신이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다면 당신을 휠체어에 태워 코스코 매장을 누비고 다닐 것임을 굳게 서약합니다.”)

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코스트코 전도사다. 부분적인 이유는 그곳의 통닭구이에 빠졌기 때문이다. (단돈 4.99달러에 불과한 통닭구이는 그 존재 자체가 문화 현상이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코스트코가 자본주의의 경이로운 표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스코는 뭐든 다 있는 ‘만물상’이다. 상품의 품질도 좋고 가격 역시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싸다. 그곳에는 96인분짜리 초대형 시트 케이크, 8피트짜리 곰돌이 인형, 순금 골드 바, 장례용 관외에 거대한 공기주입식 바다뱀까지 골고루 갖추어져있다. 와규 소고기, 평생 먹고 남을 정도의 치즈 스트링은 물론 다이아몬드 귀걸이도 살 수 있다. 한마디로 코스트코는 시중에 판매되는 거의 모든 상품을 한곳에 쌓아놓은 거대한 창고다.

요즘 소셜미디어에는 코믹한 코스트코 ‘기원 설화’가 나돌고 있다. “코스트코 창업주가 이르시되 그곳에 핫도그와 검안의가 있게 하라 하시니 그대로 되었더라.” 그렇다. 코스트코의 핫도그는 레전드다. 회사의 수익을 좀먹는 주범이긴 하지만 핫도그는 소비자들이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경험하는 가치의 상징이자 홀세일 클럽의 연 회비가 왜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설명해주는 이유다. (이윤 폭이 워낙 좁기 때문에 코스트코가 올리는 수익의 대부분은 멤버십 회비에서 나온다.)

코스트코 고객들의 소득 수준이 다소 높은 쪽으로 기울어져있지만 다른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다양성을 보인다. 소비자분석 전문업체인 뉴머레이터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고객 가운데 인구에 대비한 아시안과 히스패닉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반적으로 이민자들은 코스트코에 열광한다. 거대한 매장과 선반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온갖 상품들이 현기증 나는 풍요를 좀처럼 접하지 못했던 많은 이민자들의 눈에 경이롭게 보이기 때문일 터이다.


뉴머레이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레오 펠러는 코스트코 체인이 “아메리칸 드림의 완벽한 본보기”라고 설명한다. “브라질에서 처음 이민왔을 때, 우리 가족은 코스트코에 압도됐다. 브라질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 디즈니랜드와 코스트코다.”

물론 코스트코에도 한계가 있다. 코스트코는 다양한 범주의 상품을 제공하지만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 개별 상품의 옵션은 기껏해야 2-3개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표준형 토스터와 그보다 약간 고급스러운 브랜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욕조 매트는 푸른색과 흰색 단 둘 뿐이다. 다양한 모델이나 색상의 제품을 원한다면 코스트코가 아닌 다른 소매점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포장상품의 용량이 너무 크기 때문에 무엇을 사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650평방피트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비자는 두루말이 화장지와 키친타월 패키지 등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엄청난 부피의 ‘종이제품 꾸러미’를 놓아둘 공간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다.

코스트코는 직원 처우가 양호한 기업으로 정평이 났다. 이런 이유로 코스트코는 한때 민주당 정치인들의 총애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도 다른 많은 정치인들이 그랬듯 코스트코 건물을 배경삼아 사진촬영을 했다. 종종 ‘수퍼 스토어’라 불리는 코스트코는 종업원들에게 높은 임금과 후한 베니핏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소비자들 사이에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는 점에서 ‘모범 기업시민’으로 간주된다. 지난 2013년 코스트코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직원을 제대로 대우하는 것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코스트코는 오바마가 밝힌 컨셉의 구현체다.

오바마 시절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시기였다. 지금처럼 극렬한 국가적 반목의 시기에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쳐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하나의 미국적 가치를 한 목소리로 찬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모든 미국인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합의’(a really good bargain)를 추구하는 것이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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