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곡·콘서트·13집 등 데뷔 40주년 프로젝트… “이제야 음악이 좀 익어간다”
▶ “개인 엔터사 LSC, 한국의 모타운 레코드 꿈꿔…자녀에 유산 상속 안 할 것”
가수 이승철이 지난 13일(한국시간) 서울 강남구 자신의 작업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옛 추억팔이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그러려면 신곡을 꾸준히 발표해야 하기에 늘 새로운 보이스(창법)와 장르에 열려 있죠."
'보컬의 신' 이승철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서울 강남구 작업실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수 생활을 20년만 해도 신곡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 새로운 것을 하려면 남의 것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며 자신의 음악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래를 녹음할 때 한쪽 귀에 가이드 보컬을 꽂고 따라 한다는 생각으로 부른다"며 "이렇게 하면 목소리는 이승철이어도 가창 스타일은 새롭게 달라진다. 저는 노래를 '이승철화' 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편이라 신곡은 1천번 듣더라도 노래 연습은 한두 번만 하는 편"이라고 '새로움'에 대한 집착을 설명했다.
지난 1986년 밴드 부활 1집으로 데뷔한 이승철은 올해로 가수 인생 38년을 맞았다. 그는 최근 3년 만의 신곡 '비가 와'를 내는 등 내후년 뜻깊은 40주년을 향한 '몸풀기'에 나섰다.
'비가 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쉬움을 묘사한 노래로, 이승철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브릿팝 스타일의 곡이다. 도입 부분 피아노 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들려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승철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노래이지만 후렴구부터는 신선하고 '뽀송뽀송한' 봄비 같은 느낌"이라며 "떠나간 사람을 향한 기분 좋은 기다림을 무겁지 않게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도 있었고, 음악이 바로바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며 "노래가 웬만큼 좋지 않고서야 대중성과 음악성을 둘 다 맞추기 쉽지 않아 점점 노래를 내기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38년간 다량의 히트곡을 내고 '라이브의 황제'로 불린 그도 여전히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승철은 "대중 가수이기에 당연히 대중성을 신경 쓴다"며 "후배들에게도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하지 말고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하라고 늘 말한다"고 했다.
그는 "'비가 와'도 원래 평범한 발라드였는데,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편곡을 다시 하고 2절을 새로 붙여 타이틀곡으로 완성했다"며 "북을 치는 듯한 느낌과 콜드플레이 같은 브릿팝 사운드의 기타 리프에 신경을 써 편곡이 잘 됐다"고 말했다.
이승철은 서울 대신고 재학 시절, 당시 유명한 악기점인 서문악기사에 간 것을 계기로 음악 세계에 발을 디뎠다. 공부하러 다니던 독서실 주인집 아들이 "그룹사운드를 아느냐"며 그를 악기사로 데려갔다. 독서실집 아들이 속한 고교 그룹사운드는 마침 보컬이 비어있자, 이승철의 비범한 실력을 알아채고 그를 영입했다.
이승철은 "그룹사운드를 하면서 고3이 됐고, 이후 수원대에 다니면서 부활과 무대에 몇 번 선 것을 계기로 밴드에 영입됐다"고 말했다.
이후 38년간의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그대로다. 부활 시절 '희야'와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히트했고, 1989년 솔로 활동에 나서며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사랑할수록', '말리꽃', '인연'을, 부활과 다시 손잡고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등 히트곡을 꾸준히 배출했다.
이승철은 "제가 노래를 잘한다는 건 알았어도 주변에서 음악을 하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그때 가수를 한다는 건…"이라며 "'희야' 때만 해도 부모님이 인정해 주지 않았다. 머리도 장발에 어르신들이 이해할 수 있던 시대가 아니었다. 그래도 '안녕이라고 말하지마'가 잘 되고선 인정해 주셨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부활 활동 경험이 없이 곧바로 솔로 가수가 됐다면 음악적 뿌리가 약했을 것"이라며 "밴드 생활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익힌 역량과 지식이 지금의 편곡 실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승철은 숱한 대표곡 가운데 가장 아끼는 노래를 묻자 "히트곡들"이라며 "그때그때 고마운 노래가 있다. 데뷔시켜 준 '희야'(부활)와 '안녕이라 말하지마'(솔로)가 있고, 그 뒤에도 '네버 엔딩 스토리'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가 다 고맙다"고 답했다.
이승철은 음악 활동 외에도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꾸준히 하는 가수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원조' 격인 엠넷 '슈퍼스타 K' 시리즈에서 날카로운 심사로 이름을 날렸고, 최근에는 채널A '요즘 남자 라이프-신랑수업'에서 입담을 뽐내고 있다. 김대희의 '꼰대희' 같은 유튜브 콘텐츠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승철은 "시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으니 유튜브에서도 활동하게 됐다"며 "저는 신비주의와 잘 맞지 않는다. '라이브의 황제' 혹은 '보컬의 신'보다 그냥 '삼촌'이나 '승철이 형' 같은 친근한 호칭을 더 좋아한다. 소통의 벽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승철은 "아이들에게 '그게(유산) 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유산 대신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은 얼마든지 시켜줄 생각이다. 제가 과거 아프리카에 학교도 짓지 않았나. 아이들이 사회에서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이는 저나 아내나 생각이 같다"고 했다.
2026년 데뷔 40주년을 앞둔 이승철은 개인 엔터사 LSC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그는 전북 군산을 시작으로 천안·서울·창원·대전·대구 등을 도는 전국 투어는 물론, 아시아·미주·유럽 등지를 찾는 월드 투어도 계획 중이다. 정규 13집 앨범, 자신의 대표곡을 활용한 뮤지컬, 개인 유튜브 채널 개설도 준비 중이다.
이승철은 "LSC를 한국의 '모타운 레코드'(잭슨파이브와 스티비 원더 등이 속했던 전설적인 흑인 음악 레이블) 같은 곳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며 "앞으로 미국 빌보드나 그래미에 가는 K팝 가수는 솔로 발라드에서 나올 것이라고 본다. 음악성 있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프로듀싱해 주는 회사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음악을 빼고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음악은 인생 그 자체"란 점도 강조했다.
"17살 때 만난 음악을 지금도 사랑합니다. 40년이 돼 가는 지금에야 군더더기도 빠지고 음악이 좀 익어가는 것 같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