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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정책 바이든 vs. 트럼프

2024-05-29 (수)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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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설 경우 중·저소득층 납세자의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E)는 소득세 감면뿐 아니라 관세(수입세)까지 포함한 도널드 트럼프의 조세정책을 분석한 끝에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의 2차 집권기에는 대다수 납세자들의 조세 부담이 커지는 반면 최고 소득계층에 속한 납세자만이 실질적인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트럼프는 지난 2017년 대대적으로 세법을 개정했고, 이로 인해 기업세와 개인소득세 세율이 낮아졌다. 세금정책센터의 계산에 따르면 2017 개정세법의 최대 수혜자는 극 부유층 가구였다. 하지만 세법개정 이후 첫 2-4년 동안은 거의 모든 미국인 가구가 감세 혜택을 보았다.


트럼프의 개인세 감면은 2025년에 시효가 끝난다. 차기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는 기존의 감세조항을 모두 연장하는 한편 기업세율을 추가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공약이 지켜진다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납부해야하는 세금은 줄어든다.

그러나 트럼프가 제안한 세금 관련 변화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는 우방국인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상품에 대해서는 여기에 60% 이상의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약속했다.

PIE 보고서에서 킴벌리 A. 클로징과 매리 E. 러브리는 이전의 트럼프 관세에 대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관세 비용을 추산하고, 궁극적으로 누가 해당 비용을 부담했는지 분석했다. 관세는 수출국이 부담한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이들의 연구 결과는 (중국산 상품과 외국산 철강, 알루미늄과 세탁기 등에 부과된) ‘트럼프 관세’가 가격인상의 형태로- 대부분 혹은 완전히- 미국인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클로징과 러브리는 트럼프가 추가로 제안한 관세가 미국의 중간소득 가구에 매년 최소한 1,700달러의 추가 세금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그들이 속한 소득계층에 따라 달라진다.

관세는 가계소득에서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저소득 가구에 지나치게 불공평한 부담을 안겨준다. 트럼프 관세를 포함한 수입관세는 일반적으로 역진세의 성격을 갖고 있다. 사실 중간소득자 및 저소득자에게 전가되는 관세 비용은 2017년에 나온 트럼프 감세를 연장하는데 따른 혜택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예를 들어, 최하위 20% 소득권에 속한 납세자들은 트럼프 감세가 연장될 경우 0.5%의 소득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관세부담으로 소득의 4.2%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소득상승분은 말끔히 날아간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소득은 오히려 3.7% 가량 줄어든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득 최상위 1% 그룹에 속한 부자들은 2017년의 소득세 인하조항이 연장됨에 따라 2.3%의 소득증가를 누리게 된다. 이들 역시 관세가 붙은 수입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0.9%의 추가부담을 피할 수 없지만 저소득자나 중간소득자와 달리 1.4%의 소득 순증가를 누리게 된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소득 최상위 1%에 속한 억만장자들은 트럼프 덕분에 매년 8,000달러의 보너스를 받는 셈이다.)


이들은 트럼프의 조세정책이 얼마나 강한 역진세의 성격을 띨지 보여주는 보수적인 추산에 불과하다. 고소득자에게 지나치게 불공평한 혜택을 제공하게 될 트럼프의 기업세 조항을 아예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관세폭탄을 터뜨릴 경우 전 세계의 교역 상대국들은 틀림없이 앞 다투어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다. 지난번에도 많은 나라들이 트럼프 관세에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은 바 았다. 2024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자신의 공약인 10% 보편관세 카드를 꺼내든다면 유럽의 우방국들 역시 대항관세로 맞받아치며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하게 맞설 것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교역 상대국의 집단 보복조치는 미국인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임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 전쟁은 그가 지지하는 산업분야의 고용을 늘리기는커녕 (농업 등) 보복관세의 핵심 타겟이 된 업계의 대량 실직사태를 불러왔다.

PIE 연구보고서는 오바마케어 폐기처럼 다분히 역진세적 성격을 지닌 트럼프의 다른 공약들 역시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바마케어 의료보험을 폐기하면 개인보험플랜에 제공되는 정부의 세금보조와 함께 투자소득세가 사라진다. (세금보조가 사라지면 중·저소득층에 속한 미국인이 불이익을 당하는 반면 투자소득세 폐기는 부유층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여기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의 조세정책을 비교해보자. 두 사람의 조세 공약은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바이든은 전임자인 트럼프 시절의 소득세 인하를 대부분 그대로 연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필자는 바이든의 새로운 관세를 지지하지 않지만 트럼프의 제안에 비해 대상이 좁혀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최근 발표된 바이든 관세는 재집권할 경우 트럼프가 표적으로 삼으려는 대상품목 교역량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비용도 훨씬 적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바이든 2기 행정부보다 트럼프 시절에 그들의 개인적 경제형편이 한결 좋았다고 말한다. 일면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트럼프 시절인 코비드 이전의 경제는 대단히 양호했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임금의 상당부분을 갉아먹는다.

어느 시기이건 대통령이 거시경제 상황을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세금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바로 이 점에서, 유권자들은 바이든과 트럼프 가운데 누가 그들의 주머니를 더욱 두둑하게 만들어줄 것인지 다시 한번 찬찬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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