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 문화·관광 법률 확대 논의
▶중국 내부규제에 큰 기대 어려워
▶특정 분야로 좁히는 게 유리
▶한한령 탓 유통·여행 직격탄
2016년 한반도 사드(THAAD)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18개월간 지속하면서 관광객 수와 관광 수입이 이전 18개월 대비 각각 65%, 31% 급감했다. 분유와 조미김 등 주요 식료품의 중국 수입 시장 내 점유율은 2017년 기준 전년비 1.8~11.8%포인트나 빠졌다.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화장품은 2017년부터 판매가 하락했고 한국 승용차 브랜드의 2017년 중국 시장 판매량은 1년 새 64만 대나 줄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체결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한한령에 따른 K팝 공연 취소와 한국 방송 프로그램 방영 중단, 한국산 게임 승인 불가, 한국 제품 구입 제한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요소수 사태를 비롯해 황사와 미세먼지, 불법 조업 문제 등에서도 한중 FTA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부 내에서조차 “한중 FTA는 빈껍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개시한다고 한 데 대해 실효성 있는 협상이 우선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양국이 기존의 상품 시장을 넘어 문화와 관광·법률 분야까지 개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중국이 지정학적 긴장 관계에 따라 언제든 ‘제2의 사드 보복’을 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게임 등 한국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으로 협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7일 “양국의 시장개방 수준은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사드나 요소수·한한령 등의 사태 시 양국 간 FTA 소통 채널을 통한 빠른 시정 조치가 있어야 했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도 문제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중 FTA는 처음부터 한계가 많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품만 해도 낮은 단계의 개방 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중국의 한중 FTA상 즉시 철폐 품목 비중은 20.1%에 불과하다. 한국은 49.9%다. 한국의 민감 품목인 쌀은 처음부터 제외됐고 중국의 민감 품목인 자동차도 빠졌다. LCD 패널 역시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한중 FTA의 관세 절감 효과만 해도 미국·유럽·베트남 등 다른 주요 시장보다 적다. 2021년 관세청 수출 신고액 기준 대중 수출 관세 절감액은 9억1,000만 달러로 수출액 대비 0.6%에 불과했다. 수출 관세 절감액은 미국이 16억8,000만 달러(수출액 대비 비율은 1.8%), 유럽연합(EU)이 15억5,000만 달러(2.4%)로 중국보다 많았다. 베트남(6억9,000만 달러), 인도(4억9,000만 달러) 등은 중국보다 수출 관세 절감액은 낮았지만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4%, 0.9%로 오히려 높았다.
중국만 혜택을 가져갔다는 말도 있다. 한중 FTA 타결을 앞두고 국내 진출을 공언했던 알리바바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를 앞세워 한국을 공략 중인 반면 롯데마트·이마트 등 국내 유통 기업들은 중국에서 쓴맛만 봤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수출 의존도)은 한중 FTA 타결 직전 해인 2013년 26.1%에 달했으나 이를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지난해(19.7%)에는 20% 선이 무너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무역적자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는 180억3,600만 달러에 달한다. 대중 수출이 1,248억1,300만 달러에 그친 데 반해 대중 수입은 1,428억4,900만 달러였다. 2013년 역대 최고치를 찍은 대중 무역흑자는 628억1,600만 달러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개될 2차 서비스 분야 협상에서는 사드 보복 재연을 막을 수단과 함께 시장개방에 따른 체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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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유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