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2022년 말 이후 7배 급등…직원 연봉 일부 주식 받아
▶ 2년 최저가 이하 자사주 매입도 가능…최대 10배 수익 혜택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사진제공]
실리콘밸리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관통하는 샌 토마스 익스프레스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왼쪽에 거대한 우주선 모양의 건물이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지나쳤던 이 건물을 요즘에는 지나갈 때면 다시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시에 있는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본사다.
그동안 애플이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었다. 애플이 어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어떤 실적을 내느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제는 엔비디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PC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업체가 AI 바람을 타면서 위상이 확 달라진 것이다.
전 세계는 젠슨 황 CEO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뉴욕 증시는 흔들리고, 관련 주가는 요동친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에만 100%가 넘게 올랐다. 2022년 말 대비 7배 수준이다. 5년 전인 2019년 5월 30달러대였는데, 1천 달러도 넘었다.
시가총액은 1조 달러 돌파 후 단 10개월 만인 지난 2월 2조 달러를 돌파했고, 이제 3조 달러 고지도 멀지 않아 보인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얻거나 엔비디아에 납품하려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엔비디아와 어떤 식으로든 엮이면 그 기업의 주가는 치솟고 그렇지 않으면 곤두박질친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에 울고 웃는 형국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칩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면서 주가가 우상향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에 주가가 3% 넘게 떨어졌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엔비디아는 단연 화두다. 누구든지 삼삼오오 모여들면 엔비디아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바로 눈앞에 두고도 한 주의 주식도 사지 못한 아쉬움부터 이른바 '존버'(최대한 버티기)를 하지 못한 탄식도 흘러나온다.
현지 엔지니어들이 엔비디아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이미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력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다 보니 엔비디아 직원들은 당연히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엔비디아에 다니는 누군가 '집을 샀다더라', '자녀들이 모두 사립학교에 다닌다더라'라는 말도 나온다. 실리콘밸리의 주택 가격은 200만 달러(27억원) 안팎이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건 엔비디아의 성장과 주가 상승으로 직원들도 직접적인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도 회사의 성장 여부는 직원들의 연봉과 성과급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의 혜택은 좀 더 직접적이다.
회사로부터 일정 주식을 연봉의 일부로 지급받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연봉은 기본급(Base)과 주식(Stock), 보너스(Bonus)가 합쳐진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예로 들면 주식을 받는 비율이 직급에 따라 다른데 직급이 높으면 40%까지 받는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의 경우 연봉은 약 21만 달러다. 이 중 약 15만 달러는 기본급이고 6만 달러는 주식이다.
주식 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연봉이 올라간다. 직원들의 업무 성과와 기업의 실적이 연동되는 셈이다.
특히 연봉에 포함되는 주식 외에 직원들이 주식을 살 기회도 주어진다.
대개 연봉의 10% 범위에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고 한다. 매입 가격도 최근 2년간 가장 낮은 주가에서 15%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2년간 가장 낮았던 것은 2022년 10월의 112달러였다. 이보다 15% 할인된 100달러 미만의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24일 1천59.80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사서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연봉의 10%로 연봉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기업 가치가 하락해 주가가 내려가면 연봉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곳 기업들이 매년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테크 기업 직원은 "한국은 회사 주가가 올라도 직원들 대부분이 주식이 없기 때문에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이곳은 그렇지 않다. 회사가 성장하면 나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