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는 2018년 10만5,882명에서 2022년 12만7,322명으로 5년 새 18% 정도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노화가 가장 큰 발병 원인으로, 우리나라처럼 급속히 고령화되는 나라에서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약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도 없고,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친다. 병 초기에는 약물 반응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파킨슨병 수술 전문가’ 장원석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장 교수는“수술 치료는 파킨슨병 운동 증상을 호전시키고 약물 복용량을 줄여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진행성 파킨슨병 환자도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정도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파킨슨병 증상은.
행동이 느려지고(서동, 근육·관절이 뻣뻣해지고(강직), 팔다리·머리가 떨리는(진전) 것 등이 3대 증상이다. 이 밖에 인지 기능 저하, 수면장애, 배뇨장애 등이 생긴다(비운동 증상).
파킨슨병은 3대 뇌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뇌에서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드는 중뇌 흑질이 손상돼 발병한다. 도파민이 부족해 발생하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증상이 다양해 다른 질환과 착각하기 쉽다. 대표적으로 몸 한쪽이 마비되는 뇌졸중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에게 진단받는 게 중요하다. 환자가 나타내는 증상 등 병력을 살펴 근육위축증 같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 구분한다. 동시에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해 동반하는 뇌 손상이 있는지 살핀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파킨슨병을 처음 진단한 지 200년이 넘었지만 100년 전까지만 해도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다. 20세기 들어 뇌 연구가 진행되면서 뇌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수술적 치료를 시도하게 된다. 1950년대에 수술 기구가 나왔고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술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밀성이 떨어졌다. ‘레보도파(Levodopa)’ ‘도파민 효현제(dopamine agonist)’ 같은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이 등장하면서 수술법 발전이 멈췄다.
그런데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수술이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레보도파 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고 효과가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복용량과 횟수를 늘리는데 도파민 섭취가 과해지면서 몸이 심하게 꼬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수술로는 ‘뇌심부 자극술’과 ‘고집적 초음파 뇌 수술’이 대표적이다. 뇌심부자극술은 도파민 약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술이다. 머리에 지름 1㎝ 이하의 구멍을 내 파킨슨병 증상 원인이 되는 부위에 전극(지름 1.3㎜) 2개를 넣어 전기 자극해 약물 효과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만든다. 약물이 과다하거나 효과가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없애준다. 연간 200여 건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처음 시행됐는데.
뇌심부자극술은 2000년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처음 시행했다. 처음에는 전극 1개가 4개 부위에 전기 자극을 했는데, 지금은 8개 부위까지 가능해졌다. 또 가슴에 넣는 자극 발생기도 충전할 수 있어 수명이 10년까지 크게 늘었다. 원래는 충전하기 어려워 배터리 수명(3~4년)이 다하면 자극기를 교체하는 수술을 해야 했다.
또한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부작용도 줄었다. 이전에는 전기 자극을 줬을 때 증상 개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마취 환자를 깨워야만 했다. 수술 도중에 환자를 깨우면 고통스러운 데다 환자 혈압을 관리하기 어려워 혈관 손상·뇌출혈 등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MRI 영상 및 수술 기법이 향상돼 환자를 마취에서 깨우지 않고 수술할 수 있다. 2020년에는 국내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뇌 수술도 이뤄졌다. 로봇 수술은 무균 상태에서 빠르고 정확히 시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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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