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시각장애인과 마라톤 동행

2024-05-02 (목)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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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달모’ 회원 이연우씨 한국인 시각장애인 도와

▶ 가이드러너 대신해 완주

한인, 시각장애인과 마라톤 동행

‘동달모’ 회원 이연우(왼쪽부터)씨가 보스턴 마라톤에서 한국에서 온 시각장애 마라토너 배선애씨와 완주를 기뻐하고 있다. [동달모 제공]

최근 열린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한인 마라톤동호회 ‘동달모(회장 김건태)’ 회원 8명이 태극기 타투를 하고 참가, 전원 완주를 기록한 가운데, 동달모 회원이 한국에서 온 시각장애 마라토너를 도와 함께 완주를 이뤄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보스턴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되는 제128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동달모 동료들과 함께 참가한 이연우씨는 17마일 지점에서 우연히 태극기가 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배선애씨를 만났다. 한인인 것에 반가워 인사를 건넨 배선애씨는 시각장애가 있는 참가선수였기에 가이드러너와 함께 뛰고 있었다.

배씨의 가이드러너는 이연우씨를 보자마자 갑자기 배씨의 가이드를 부탁했다. 달리는 도중 몸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뛸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안타까운 상황이었지만 자신도 다리 부상으로 인해 완주를 장담할 수 없었던 이연우씨는 처음에는 부탁을 거절했지만 완주를 포기할 수 없었던 배선애씨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줄을 넘겨받았다.


이씨는 “처음엔 길 상태를 살피고 장애물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뛰는 것보다 훨씬 신경이 쓰였지만 안 보이는 상태에서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배선애씨를 보고 나도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마일이 넘어가자 이연우씨의 부상당한 다리 통증이 심해져 뛸 수 없는 지경이 됐지만 이때는 오히려 배선애씨가 이연우씨를 이끌며 힘을 북돋았다. 붉은 색 리드줄로 이어진 앞이 안 보이고 다리를 쩔뚝이는 두 마라토너는 일반 참가자들보다 훨씬 큰 환호성을 들으며 결승선을 넘었고, 그 순간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앞두고 꾸준한 훈련과 노력으로 보스턴 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동달모’ 회원 8명은 대회 당일 아침 떨리는 마음으로 얼굴과 팔 다리 등 온 몸에 태극기 타투를 새겼고, ‘1947 BOSTON’이라고 프린트 된 유니폼도 입었다.

동달모의 김건태 회장은 “내 후년 동달모 20주년 보스턴 마라톤 130주년을 맞아 더 많은 회원이 보스턴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라며 “참가한 회원 모두 한국인으로서 마라토너로서 너무나 뿌듯하고 값진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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