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정치인들은 관세가 물가를 올리고 일자리를 없앤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상대 진영이 관세를 제안할 때에만 그렇다.
지난 수요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되는 관세를 세 배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발언은 피츠버그에 위치한 유나이티드 철강근로자 노조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백악관은 선거를 앞두고 철강 노조원들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가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부터 미국의 제조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미국 제조업 분야나 해당 산업 근로자들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 철강이나 알루미늄 생산 노동자의 수가 이를 이용해 자동차나 주방용품등을 만들어내는 노동자의 수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철강을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와 제철산업 일자리의 비율은 75:1 혹은 80:1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자재비 인상은 하방기업(downstream firms)과 근로자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우리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에 일괄 관세를 부과한 2018년 당시 어떤 사태가 벌어졌는지 목격한 바 있다. 예상대로 미국 산 철강 가격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급상승했다. 캐디 러스와 리디아 콕스의 계산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는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하방 제조업체들의 일자리 7만 5,000개를 앗아갔다. 여기에는 다른 국가의 보복관세로 인한 국내 수출업체의 추가 일자리 손실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경제적 역효과를 불러온 트럼프 시절의 관세는 단지 철강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 전에 필자가 언급했던 바와 같이 개별적으로 진행된 최소한 네 건의 연구는 (중국산 상품, 세탁기, 태양광 전지판 등) 트럼프의 다양한 수입관세로 발생한 비용이 물가인상을 통해 부분적으로 혹은 온전히 미국인 소비자들에게 전가됐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사실은 트럼프의 정적들에 의해 캠페인 광고와 연설에 유용하게 사용됐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개학맞이 쇼핑이나 성탄절 선물 구입 비용을 크게 올렸다고 비난했다. 널리 알려진 트럼프 관세 비판론자로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조 바이든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먼저 바이든의 2020 대선 캠페인 공식 사이트에 뜬 글부터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의 관세는 물가 상승을 불러와 미국인 농부, 제조업자와 소비자들 모두에게 손해를 입힌다. 게다가 트럼프가 불을 지핀 ‘관세 전쟁’으로 수 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일단 선거에서 승리하자 바이든의 어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를 거의 모두 연장했고, 철강과 알루미늄의 경우 관세를 수입쿼터 등 약간 다른 형태의 무역 장벽으로 대체했다. 바이든은 경쟁력 제고, 소비자 가격 인하, 혹은 청정에너지 채택 가속화와 같은 그의 다른 경제정책 목표와 충돌을 빚을 때조차 트럼프 관세를 연장했다.
반면 선거 유세에 나선 트럼프는 재집권할 경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새로운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한다.
경제전문가들은 보편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고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상대국들이 어떤 보복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도 보편관세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불과 며칠 전, 백악관은 성명서를 통해 트럼프 관세안이 재앙에 가까운 수준의 인플레이션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곧이어 피츠버그를 방문한 바이든은 자신이 직접 내린 경고를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했다. 철강에 덧붙여 그는 중국의 조선업 부문에도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신호를 내비쳤다.
사실 미국의 선박 건조 산업은 고전하고 있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철강 등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상승이 부분적 이유다. 중국산 금속에 부과한 관세를 3배나 인상한다는 바이든의 계획은 한마디로 실효가 없다. 트럼프는 물론 그 전대의 대통령들까지 중국 금속에 다양한 관세를 물린 탓에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은 거의 없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카토 인스티튜트의 무역담당 연구원인 스캇 린시콤의 말을 빌리자면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중국산 철강에 두 번째 ‘학사경고’를 내리려 한다.”)
더욱이 바이든의 관세조치는 중국만을 정 조준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홍보자료는 국내로 들어오는 철강의 4대 공급원 중 하나인 멕시코산도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노조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는 소송에 휘말린 전임 대통령의 관세를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있다.
만약 법정에서 관세 방어에 성공한다면, 경비에 대한 바이든의 간헐적 경고에 상관없이 트럼프나 혹은 바이든이 앞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아마도 바이든 대통령은 관세에 관한 후보시절의 입장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거기에 분명 무언가 배울 게 있을 것이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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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