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년 만에 겨우 재판 열렸으나 가해자는 반성 없이 책임전가

2024-04-22 (월) 유제원 기자
작게 크게

▶ VA 옥턴고 한인 여고생 사망 자동차 사고

2년 만에 겨우 재판 열렸으나 가해자는 반성 없이 책임전가

제한속도 35마일 구간에서 81마일로 달리다 충돌해 여고생 2명의 목숨을 앗아간 BMW 가해차량.

지난 2022년 6월 7일 버지니아 옥턴 고등학교 앞에서 80마일 이상 과속 차량이 인도를 덮쳐 여고생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어느덧 두해가 지나도록 재판이 연기되기만 했던 가운데 지난 15일 재판이 시작됐다.

가해차량 운전자인 우스만 사이드(당시 18세)에게는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돼 최대 10년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담당검사가 교체되고 재판도 연기되면서 어느덧 2년여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6월에는 1년이 지나도록 재판이 열리지 않는 것에 항의하며 유가족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피고 측 변호인은 부정적인 여론이 배심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시 재판 연기를 요청했었다.


결국 2년여 만에 재판이 열리게 됐고 먼저 검사 측 증인들이 법정에 섰다. 경찰은 “우스만 사이드가 81마일 속도로 BMW 차량을 운전하다 좌회전하던 SUV 차량과 충돌해 인도로 돌진해 여고생 3명을 치고 우체통, 전봇대 등을 들이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SUV 운전자도 증인으로 나와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검사의 질문에 “좌회전 신호를 보고 출발하던 가운데 멀리서 흰색 BMW가 달려오는 것을 봤다. 그리고 죄회전을 하던 가운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고 바로 멈췄으나 바로 그 순간 쾅하는 느낌과 함께 BMW 차량에 받혔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측 변호인은 “보행자를 보지 못했나, 왜 도로 한 가운데 멈춰섰는지, BMW가 접근해 오는 것을 몰랐나” 등을 추궁하며 사고의 책임을 SUV 운전자에게 전가했으나 그는 “나는 가만히 있었고 BMW가 내차를 들이 받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자동차 전문가도 증인으로 출석해 “BMW에 장착된 기록장치에는 당시 운전자가 60마일에서 81마일로 가속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가운데 한명인 한인 여고생의 어머니 이영진 씨는 “애지중지 키운 딸을 너무도 허망하게 잃어버렸다”며 “그저 재미를 위해 과속운전을 했던 가해자는 책임을 전가하고 반성의 기미도 없이 허세만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10대라는 이유로 다른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자를 감옥에 보내지 않는다면 오늘의 범죄가 내일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판은 22일 변호인 측 증인 심문으로 이어지고 이후 공판 일정이 발표될 예정이다.

<유제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