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시설, 업무시설화 가속
▶ GRE파트너스, 오피스 조성 위해 엔터식스 매입 추진
▶이지스, 구청에 디큐브시티 오피스 변경 심의 신청
▶대형 건물 내 업무시설 비율 9년간 5% 포인트 증가
▶사무실 공급 부족과 오프라인 리테일 부진 맞물려
백화점과 쇼핑몰을 통째로 오피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시설 경쟁력이 온라인보다 뒤처진 반면 서울 지역 내 오피스는 공실률 2%대로 호황을 이어가는 데 따른 변화다.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로 건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오피스를 공급할 수 있는 ‘상업 시설의 업무 시설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GRE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포스코이앤씨가 보유한 서울 성동구 행당동 엔터식스 파크에비뉴 한양대점을 약 1,2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6월 딜클로징(거래 종결)을 목표로 펀드 설정을 추진 중이다.
엔터식스 파크에비뉴 한양대점은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인근 서울숲더샵 아파트 저층에 위치한 쇼핑몰로, 연면적은 3만 6062㎡, 규모는 지하 3층~지상 4층이다. GRE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인수가 마무리되면 이곳을 대수선해 오피스 중심의 복합 건물로 만들 계획이다. GRE파트너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스타트업 기업이 많은 성수동이 인근에 있는 만큼 스타트업이나 IT 계열 기업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25일 서울 구로구청에 신도림동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를 업무 시설로 용도 변경하겠다는 내용의 건축 심의를 신청했다. 2022년 매입 이후 오피스로 바꾸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혀온 이지스자산운용은 현대백화점과 맺은 임차 계약이 내년 6월까지로 1년 남짓 남은 만큼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모델링 후에는 바이오 분야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차인인 현대백화점과는 계약 만기 이후의 절차 등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식당과 상점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대형 건물의 저층부도 오피스로 변모하는 추세다. 공유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가 각각 판교점과 강남 6호점을 건물 지하에 오픈한 것이 대표적이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알스퀘어의 최규정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사무실 임대료가 많이 오르면서 지하 업무 공간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알스퀘어에 따르면 서울과 분당의 연면적 3만 3000㎡ 이상 빌딩 내 업무시설 비율은 2015년 29.5%에서 지난해 34.6%로 5.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근린생활시설 및 상업시설 비율은 같은 기간 24.2%에서 21.6%로 감소했다.
변화의 원인으로 오프라인 상업 시설은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사무실은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입지·연식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하는 연면적 3만㎡ 이상의 우량(프라임) 오피스 건물의 평균 신규 공급량은 약 19만㎡를 기록했다.
반면 신규 공실을 제외한 신규 임차 면적(순흡수면적)은 평균 23만㎡로 더 높았다. 10년간 대형 오피스 수요가 공급을 웃돌았다는 의미다.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동산플래닛이 집계한 2월 서울 오피스 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2.27%로 자연 공실률이라 불리는 5%를 밑돌았다. 이형구 젠스타메이트 리서치·컨설팅본부 상무는 “팬데믹 종식 이후 오피스 수요가 더 늘면서 서울은 어느 권역 할 것 없이 임대인 우위”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업무용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는 이미 지어진 건물을 고쳐 쓰는 것이 저렴하다는 점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이 상무는 “오피스 건물 공사비가 예전엔 평당 400~7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1,000만원 정도로 급등했다”며 “쇼핑몰 리모델링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신규 개발보다는 리스크가 덜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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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