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谢谢·감사합니다의 중국어),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대만 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
지난 22일 충청남도 당진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정부의 대(對)중국
외교 기조를 비판하며 한 말이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며 “왜 쓸데없이 양안 문제에 끼어드는지 모르겠다"라는 발언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중 관계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날은 4·10총선 후보자 등록 마지막 날로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모두 총선 격전지인 충남을 찾은 날이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하는 중원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양당 대표가 같은 지역을 방문한 날이기도 하다.
대만과 중국의 외교적 문제에 윤석열 정부가 개입하는 바람에 중국인들이 한국을 싫어해 대중 무역이 악화되었다는 취지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쎄쎄’ 발언은 이후 화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 거듭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대중국 굴종 인식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그렇게 머리를 조아려 주면 국익이 높아지는 게 있나. 무시해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대만 양쪽에서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한 발언으로 주권국가 제1야당의 대표가 입에 올릴 수 있는 발언이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비판은 쉽지만 근래의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상황 속에서 대중 외교 정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통한 군사 안보 분야 협력을 다질 필요가 있는 반면 중국과의 외교에 강경한 대응으로 한중 관계의 악화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 가능한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쳐서는 안 되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 정부는 높은 대중 경제 의존도에 기인한 중국 눈치 보기가 사실상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활동을 제한했다는 판단과 더 이상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 하에 미중 간 전략적 명확성에 기반한 대중 전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에도 참여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참여하는 한국의 외교 행보로 한중 관계의 악화 가능성과 한중 간 갈등의 소지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 현 정부의 대중 정책이 강경 일변도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가 방관과 회피만으로 일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한중관계의 인위적인 개선보다는 한중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중국의 전략적 가치를 산정해야 수정하고 한국 정부는 중국과 어떠한 경우에도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각 분야와
사안 별로 중국이 협력의 대상인지, 경계의 대상 인지를 구분해서 이에 기반한 대중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과 같은 압박
가능성을 고려하고 대응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외교는 예술이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
이서희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