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풍’

2024-03-30 (토) 김창만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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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하는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막대하다. 파일럿은 할 수 있는 대로 활주로를 빨리 벗어나려고 궁리한다. 비행기가 뒤에서 밀어주는 순풍을 타고 이륙하려 한다면 비행기는 앞으로 빨리 전진할 수는 있겠지만, 이륙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뒷 바람만으로는 항공기가 이륙할 때 필요한 양력을 얻지 못한다. 좀 힘들고 느리게 전진해도 앞에서 세차게 부는 역풍을 맞으며 이륙을 시도해야 푸른 하늘을 향해 사뿐히 떠오른다.” (존 앤더슨의 ‘항공우주 비행원리’ 중에서)

풍향과 풍속은 항공기의 이륙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항공역학에서 바람은 보통 역풍(逆風, 맞바람), 측풍, 무풍, 배풍(背風, 뒷바람)으로 나눈다. 그 중에 항공기의 이륙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바람은 역풍과 배풍이다.

언뜻 생각하면 역풍보다 배풍이 항공기의 이륙에 도움을 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배풍은 항공기의 이륙속도를 감소시킨다, 오히려 정면에서 불어오는 역풍이 양력과 이륙거리를 증가시킨다. 왜냐하면 항공기 표면위로 흘러가는 역풍의 빠른 유선형 흐름을 통해 어마어마한 중력을 만들어내고 항공기를 뜨게 하는 양력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항공기뿐 아니다. 때때로 도약의 삶이 필요한 인간에게도 역풍을 정면에서 받아내는 중력이 필요하다. 겨울이 없는 열대 지역의 나무는 허하고 무르다. 나이테가 없다. 단단한 나이테가 형성되려면 추운 겨울이 필요하다. 추운 겨울에 만들어낸 나이테가 거미줄같이 내밀한 나무를 추재(秋材)라고 한다. 추재는 건물의 대들보로 귀하게 쓰인다.

요즘 인공지능(AI)이 무서운 건 인간의 일을 빼앗아 갈 경제문제 때문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건 역풍과 맞서 나가는 결단 없이 성급하게 추종하는 인스턴트 적 삶의 선택에 있다. 당신은 리더인가. 욥처럼 보잉 787처럼 역풍과 맞서 중력을 일으키라. 중력을 양력으로 전환시켜라. 그리고 높이 도약하라.

<김창만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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