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집권 시 트럼프 이민정책 “DACA 폐지”

2024-03-20 (수)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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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이민문제에 관한 한 바이든 대통령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남쪽 국경의 혼란상과 이민문제 해소가 트럼프의 핵심 대선 공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울 게 없다.

진짜 놀랄 일은 따로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민관련 조치들은 하나같이 인기가 없다.

주변을 둘러보라. 지금 우리는 이민자들을 둘러싼 잘못된 믿음과 거짓 정보가 판을 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민자들이 (법적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그 중 하나다. 통계자료가 보여주듯 이는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이민자들이 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지적도 빗발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민자들은 미국 경제와 연방예산에 도움을 주는 ‘순 긍정적’(net-positive) 기여자들이다.


이민자들에 대한 올바른 지식은 그들이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이 지니는 도덕적 위상을 높이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일깨워줄 것이다. 바로 그것이 필자가 이민문제를 재차 거론하는 이유다.

물론 이민자들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이민제도는 대단히 복잡하고, 생업에 좇기는 유권자들에겐 이를 속속들이 파악할 시간이 없다. 필자는 유권자들의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의 정책이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견해와 일치하는지 물어보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우리는 트럼프의 최근 연설과 전 행정부가 취한 이민관련 조치들 및 (트럼프의 보좌관들이 그의 재집권에 대비해 만든 정책백서인) 프로젝트 2025를 통해 그가 어떤 이민 아젠다를 갖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주요 이민정책안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1. 드리머(dreamers)의 법적 지위 제거

드리머란 어린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한 이민자를 뜻한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공화당원과 심지어 트럼프 지지자들마저 이들이 미국에 체류하면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도 가끔 드리머들에게 온정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시절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의 미성년 입국자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 줄기찬 노력을 기울였다. DACA는 드리머들의 추방 유예와 미국내 취업 허용을 골자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DACA를 폐기하려는 트럼프의 거듭된 시도는 연방대법원에 의해 좌초됐다. 연방대법의 판결은 트럼프가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고법 판사를 대법관에 지명하기 전에 나왔다. 배럿의 가세로 대법원의 이념적 구도가 6대 3으로 보수 쪽으로 완전히 기운 상태이기 때문에 DACA는 트럼프 재집권 후 또 다시 연방대법원의 위헌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DACA 폐지를 위해 트럼프는 플랜 B까지 마련해두었다. 프로젝트 2025에 따르면 그는 DACA 갱신신청 검토와 처리를 금지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을 사실상 끝장낼 계획이다.

2. 가족 분리

트럼프 행정부는 조직적으로 난민신청 가족의 어린이를 부모로부터 떼어냈다. 더 큰 문제는 부모와 분리된 자녀의 소재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가족 분리 프로그램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난을 받았다. 조지 워싱턴대학의 크리스 와르쇼 교수가 과거 30년 동안 나온 주요 법안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가족분리 프로그램은 가장 인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까지 숱한 가족들이 강제로 분리된 자녀들과 재결합을 이루지 못하면서 미국의 도덕성에 오점을 남겼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가족분리 정책을 옹호했고, 재시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3. 집단수용소 설치

트럼프는 군 병력을 동원해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체포한 후 이들을 집단수용소에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적국시민법(Alien Enemies Act)을 발동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적국시민법은 전시보안조치로 1798년에 제정된 ‘외국인 및 선동에 관한 법’의 일부다. 적국시민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의 집단구금을 위해 동원됐다. 이같은 정책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묻는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다수의견을 내지 못했다. 적국시민법의 내용과 목적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질문을 던졌다면 응답자들의 도덕적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측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4. 합법이민 축소

트럼프의 추종자들을 비롯한 상당수 미국인들은 합법 이민자들은 젼혀 문제 삼을 일이 없다고 말한다.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 외국인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사실 미국인들은 대체로 합법 이민자들에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고, 대부분이 이민규정 완화를 지지한다.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59%를 포함, 전체의 73%가 이민규정 완화를 선호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재임시절에도 불법이민보다 합법이민을 축소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이민희망자들이 비자와 취업허가를 받지 못하게끔 서류처리작업을 중단시켰다. 입국과 취업 관련 서류를 이용해 국경장벽을 쌓은 셈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프로젝트 2025는 합법이민을 추가로 제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계절 농업근로자들에게 비자발급을 허용하는 프로그램을 폐기할 계획이다.

이민문제가 화급한 현안인데다 트럼프가 제시하는 해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 탓에 바이든의 정책을 궁금해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바이든은 적법한 방법으로 이곳에 도착한 이민자들이 보안검사와 신체검사를 거쳐 합법적 체류신분을 얻을 수 있는 여러 개의 새로운 법적 경로를 만들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여기에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바이든이 제안한 ‘열린 국경’을 두고 말이 많지만 2022 회계연도 동안 본국으로 송환되거나 국외추방된 비시민권자의 숫자는 20년래 최고치를 작성했다.

그렇다면 바이든의 이민 아젠다 가운데 남은 것이 무엇인가? 그의 이민정책 목록에 남아 있는 과제들은 한결같이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한때 트럼프는 의회가 강력한 국경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길 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민문제를 2024 대선의 핵심 이슈로 삼고 있는 그는 선거가 끝나기 전에 국경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에게는 국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먼저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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