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남가주 렌트 15~31%↑
▶상승세 둔화, 여전히 높아
▶ 수입의 절반 가구 50% 넘어
▶건설 수급 불균형 등 요인
남가주 지역 렌트비가 팬데믹 이전에 비해 15~31%나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LA 한인타운 내 렌트 사인이 걸린 아파트의 모습. [박상혁 기자]
“무서울 정도로 올랐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의 이 한마디는 최근 주택 렌트 시장을 요약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1베드룸 아파트 렌트비가 인상되면서 좀 더 싼 아파트를 알아 보던 김씨는 렌트비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타운에서 1베드룸 렌트비는 2,000달러를 훌쩍 넘어 심한 데는 2,200~2,300달러까지 부르기도 한다”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라도 감사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아무것도 안 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그 사이 렌트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 상황이 어처구니없다”고 하면서 씁쓸해했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남가주 지역의 렌트비에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렌트비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이지만 한번 치솟은 렌트비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두 자릿수 인상율을 기록하면서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택 구입에 나서 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가슴앓이를 하는 동안 수입의 절반 이상을 렌트비 막는 데 지출하는 이른바 ‘렌트 푸어’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놓고 11일 지역매체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OCR)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크게 오른 남가주 지역의 렌트비가 최근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남가주 세입자들의 삶을 팍팍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남가주 지역의 렌트비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상업용 부동산 정보분석업체인 코스타와 리얼페이지, 경제정보제공업체 무디스 에널리틱스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LA 카운티 지역 렌트비는 전년에 비해 월 35달러 떨어졌으며, 인랜드 엠파이어는 월 22달러 하락했다. OC지역의 경우 전년 대비 월 62달러가 상승했지만 2.4% 인상률에 그쳐 남가주 지역의 렌트비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렌트비와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LA 카운티의 경우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렌트비는 월 315달러, OC는 월 572달러,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의 렌트비는 월 465달러나 상승했다. 인상율로 보면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1%까지 치솟은 것이다.
아파트 렌트 웹사이트인 아파트먼트 리스트의 롭 워녹 선임 연구원은 “렌트비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오늘 새 아파트를 알아보면 렌트비가 급등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며 “2019년 당시 렌트비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별개의 렌트 시장으로 착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남가주의 렌트비 상승은 곧바로 세입자의 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1월 하버드대 산하 공동주택연구소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수입의 30% 이상을 렌트비로 지출하는 세입자의 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가 늘어 5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가주 세입자의 33%가 수입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렌트비에 사용하고 있어 세입자의 경제적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신규 건설로 아파트 물량이 늘고는 있지만 렌트비가 비싼 고급 아파트 공급으로 쏠리는 이른바 ‘공급 불균형’ 현상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월 1,400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용 임대 유닛 10년 전과 비교해 39%나 감소한 반면 월 2,000달러 이상 고급 유닛은 125%나 크게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USC캐스든 부동산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오를 대로 오른 남가주 지역의 렌트비는 앞으로 2025년까지 매년 2~4%씩 올라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남가주 세입자들의 렌트비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