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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지급받은 국세청, 대기업 전용기 ‘조준’

2024-03-06 (수)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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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용기 사용실태 감사와 일반 납세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 예산 증액으로 잔뜩 탄력을 받은 국세청(IRS)이 일반 납세자들이 반길만한 활동 내역을 공개했다.

지난 수년간 IRS는 가용자원 부족으로 빈사 상태에 빠졌다. 쓴웃음을 자아낼 만큼 낡은 IT시설과 형편없는 고객서비스, 인력부족에 따른 부실한 세무집행은 걷잡을 수 없는 ‘노골적 세금사기’로 이어졌다. 마침내 지난 2022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IRS에 800억 달러를 투자해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곧바로 공화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공화당 의원들은 끈질기게 IRS에 배정된 자금을 회수하려 들었다. 지난해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의 첫 번째 목표 역시 ‘세금 경찰’의 예산축소였다. 공화당은 채무한도조정안과 이스라엘 지원안 등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법안에 IRS 예산삭감조항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수차례에 걸쳐 민주당과 대립했다. 여기에 보태 우익 논객들은 IRS가 800억 달러의 예산으로 8만 7,000명의 무장 요원들을 고용해 법을 준수하는 중산층 납세자들을 상대로 강압적인 세금추징을 시도할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물론 모두 헛소리다. IRS가 늘어난 재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싶다면 지난 2주 사이에 발표된 내용을 검토해보라.

지난 수요일, IRS는 기업 전용기 사용실태를 감사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일부 기업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중역들의 사적인 비즈니스 제트기 사용 비용을 영업경비로 처리한다.

대니얼 워펠 IRS 커미셔너는 “기업전용기 사용 실태 조사는 재원과 인력부족으로 오랫동안 손을 대지 못했던 감사 분야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 세무감사는 좀처럼 레이다망에 걸리지 않는 대기업들의 세금회피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기업 전용기 사용실태 점검 프로그램은 일단 수 십대만 선별해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대기업과 복잡하게 얽힌 합작사 및 개별 고소득자가 적정한 세금을 납부하도록 만들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노력의 일부다. IRS는 지난 수년 동안 빈혈을 일으킬 만큼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무감사 비율을 최소한 역사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예산부족으로 잔뜩 움츠러든 세무감사 활동은 연방정부의 자금부족에 손을 보탰을 뿐 아니라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비롯한 일부 납세자들이 ‘제 몫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대중의 인식에 휘발성 강한 연료를 제공했다.

그렇다면 광범위한 감사 대상 가운데 하필 프라이빗 제트를 골라잡은 이유가 무얼까? 기업 전용기를 이용하는 중역들은 우익 논객들의 요란스런 주장 탓에 ‘IRS 에이전트 군단’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평범한 중산층 소시민들과 혼동될 염려가 거의 없다.

이와 동시에 IRS는 데이터 분석역량을 강화하는데 투자함으로써 세무감사가 필요한 대상을 적절히 선정할 수 있게 된다. IRS 수장인 워펠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개선한다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는 납세자들이 IRS의 세무감사 그물망에 걸려드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전에도 이와 동일한 이슈에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 법을 준수하는 미국인 가운데 적지 않은 납세자들은 불필요한 IRS의 세무감사를 받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추가된 IRS 자원이 같은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공유한다. 이들 중 대다수가 ‘적정 세금 납부’ 판정을 받았지만 IRS는 시간을 낭비했고, 피검자들은 스트레스와 적지 않은 경비부담을 겪어야 했다.


IRS는 또한 미국인 납세자들이 2023 연방세금보고를 온라인으로 직접 할 수 있는 ‘다이렉트 파일’(Direct File) 시범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납세자들은 터보텍스(TurboTax)와 같은 제 3자를 거치지 않은 채 무료로 온라인 세금보고를 할 수 있다. 세금보고 대행사들과 공화당은 지난 수년 동안 이같은 노력에 반대했지만 2022년 관련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올해부터 실행이 가능해졌다.

현재로선 IRS의 다이렉트 파일 시범프로그램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12개 주에서 짧은 기간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IRS는 자체적으로 대규모 온라인 세금보고를 처리할 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시험 중이다. 시범 프로그램은 실시간 고객 상담 채팅 기능을 갖고 있지만 간단한 세금보고만을 처리할 수 있을 뿐 단기계약직 혹은 임시직 소득이나 의료보험료 세금공제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세금보고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이렉트 파일은 올바른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간 조치로 IRS가 적극 홍보해야할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다이렉트 파일 시범행사에서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의) 자체적 한계로 납세자가 세액공제나 차감세액공제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수시로 알려주었다.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이처럼 자주 고지하는 이유를 묻자 IRS 관계자들은 “정확한 세금보고란 납세자들에게 가능한 최고액을 납부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들이 법으로 보장된 모든 세제 혜택을 받도록 돕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가 최고의 세금징수기관의 역할에 대한 신선하고도 서비스 지향적인 접근법이다. IRS 비판론자들이 종종 묘사하는 징벌 위주의 국세청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납세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IRS가 목청껏 외쳐야할 메시지다. “세금 사기에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하지만 선량한 납세자들에게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국가 기관”이라는 IRS의 이미지를 확립해야 한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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