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네바다 다음 2위
▶LA 카운티 5.4%·OC 3.8%
▶ 정보·엔터테인먼트 부진
▶대규모 감원사태 이어져
지난해 63년만의 작가 및 배우 조합 동반 파업과 테크 기업들의 감원으로 가주 실업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면서 지역 경제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엘리스 잭슨은 지난해 여름 이후 안정된 정규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LA의 한 영화사에서 미술부 코디네이터로 일했던 잭슨은 할리웃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 사태 이후 일자리를 잃은 후부터다.
파업이 끝나면 다시 일자리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잭슨은 “렌트비와 급한 생활비를 위해 1만5,000달러 빚을 내 급한 불을 껐다”며 “영화 산업이 파업 이후 회복이 더딘 것 같다”고 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사무직에 지원서를 냈지만 아직 오퍼를 받지 못한 상태다. 잭슨은 “자격요건은 충분하지만 실업률이 높아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기회가 오질 않고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골든 스테이트’로 불리면서 미국 ‘경제 1번지’를 자처해온 캘리포니아주가 전국 실업률 보다 더 높은 실업률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가주 경제에 핵심 산업인 테크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실업률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남가주 경제가 자리하고 있어 가주 경제에 침체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주가 테크 및 엔터테인먼트, 농업 등 핵심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전국 평균치 보다 더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어 가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연방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가주의 실업률은 5.1%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인 2022년 12월의 4.1%에 비해 1.0%포인트나 높아졌다.
이에 반해 올해 1월 미 전역에서 35만3,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더해지면서 전국 평균 실업률은 3.7%로 나타났다. 가주 실업률은 네바다주의 5.4%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실업률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회복 초기 가주 실업률이 4%였고 전국 평균치가 3.6%였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가주 실업률은 더 악화된 것이다.
가주 실업률 상승을 견인한 데는 테크 기업들이 있다. 북가주 실리콘 밸리와 남가주에서 구글, 메타 등 빅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지난해 모두 3만6,000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다. 최근엔 샌타모니카에 본사를 둔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사가 500명의 직원 감원 계획을 밝혔다. 전 세계 직원 중 10%에 해당되는 규모다. LA에 위치한 방위산업체 노드롭 그루만사도 1,000명의 직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LA를 중심으로 영화 업계도 실업률 상승에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해 작가협회와 배우조합의 연 이은 파업으로 2만5,000여명에 달하는 영화 산업 종사자들이 감원이나 해고됐다. 이로 인해 식당을 비롯해 연관 산업도 폐업 등으로 실업이 증가하면서 LA 카운티의 지난 12월 실업률은 5.3%를 기록했다. LA 카운티 실업률도 전년 동기의 4.6%에 비해 0.7%포인트나 높아졌다. 오렌지카운티 실업률도 2022년 12월 2.7%에서 2023년 12월에는 3.8%로 1.1%포인트나 상승했다.
가주 농촌 지역의 고용 상황은 더 심각하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임페리얼 카운티 지역의 실업률은 18%로 전년에 비해 3.1%포인트 급등했다. 툴레어 카운티도 실업률이 11%로을 기록했다. 농업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소가 주 원인이다.
가주 실업률 증가는 과거에 비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과거 가주 실업률 상승은 노동 인구에서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것과 달리 현재 실업률이 늘어난 것은 노동력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들의 감원이나 파업에 따른 해고 이후 재취업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남가주를 비롯한 가주 경제에 득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