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의 유명 영어사전에 우리말 발음대로 실린 한국어 단어가 여럿 있다. 온돌(ondol), 김치(kimchi), 소주(soju), 태권도(taekwondo) 등이 대표적이다.
‘내로남불’(naeronambul)도 비교적 최근 그 반열에 올랐다. 2021년 4월 한국의 재보선 때였던가. 뉴욕타임스가 문재인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의 대패 결과를 보도하면서 그 원인으로 ‘내로남불’(naeronambul)을 지적한 후부터다.
이 ‘내로남불’을 국제적 용어로 통용시킨 제 1의 공로자는 조국이다. 겉과 속이 철저히 다르다. 그런 그의 뻔뻔함이 온 천하에 드러난 때는 2019년의 ‘조국사태’때다. 그 조국이 결국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나오면 감옥으로 갈 처지다.
그런데도 창당을 선언했다. 범죄경력을 훈장 삼아 북 콘서트에, 유튜브로 돈을 벌더니 급기야 총선에 뛰어들었다. ‘비법률적으로 명예회복’에 나선대나 어쩐대나 하면서.
돈 봉투로 구속된 송영길도 ‘정권을 심판하겠다’며 신당 창당에 나섰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파렴치범 전과자다. 그게 뭐 자랑이나 되는 듯 아주 당당한 자세로 출사표를 던진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개나 소나 다 뛰어 드는 게 선거판이라도 되는 듯.
후생가외(後生可畏)라고 하던가. 본래는 변두리 종북좌파 신분이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거대 야당의 당권을 쥐게 된 이재명의 뻔뻔함은 잔인함까지 더해지면서 가히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고 할 정도다.
‘징역 50년쯤 받을지도 모른다’는 대장동사건은 차치하고 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그것도 부인과 동시패션 식으로 마구 사적으로 사용해왔다. 초밥에, 과일에, 심지어 샴푸를 사오게 하면서. 그러면서 사과 한마디도 없다.
그런 그가 총선을 맞아 공천권을 행사했다. 말인즉 엄격한 잣대에 따른 시스템 공천이라면서. 그러나 거기에서 발견되는 것은 온갖 꼼수에, 편법에, 전횡투성이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횡행한다. 조금만 잘 못 보이면 그대로 컷오프다. 친명계는 죄다 공천을 받았고. 그런 가운데 오가는 말들은 살벌하기 짝이 없다. ‘당대표 가죽은 왜 안 벗기나‘ ’피칠갑‘ 등등. 그로 그치는 게 아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아예 거부하는 종북·괴담세력 국회입성숙주 역할까지 떠맡고 나섰다
이와 함께 ‘비명횡사’(非明橫死)라는 말이 4.10 총선의 버즈워드로 굳어가고 있다.
‘횡사’를 당한 비명계라는 사람들도 그렇다. 지난 2년간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유일체제로 굳어가고 있었다. 586운동권출신 주사파 중심의 ‘문빠 부족주의’ 정당에서 폭력에, 살해위협도 마다 않는 개딸 전체주의 컬트 비슷한 단체로 악성 전이가 진행돼 온 것.
불체포 특권포기 약속 번복 등 이재명은 거짓말을 밥 먹듯 했다. 그리고 당을 오직 방탄용으로 개조하기 위해 당헌 당규까지 바꾸었다. 그 과정, 과정에서 박수를 치며 기꺼이 조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공천불이익을 당하자 ‘속았다’며 뒤늦게 독립투사라도 된 양 자못 분기탱천하는 모습은 숫제 코미디다.
뻔뻔함이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막장 드라마 같이 펼쳐지는 총선정국, 이렇듯 정치라는 것이 3류, 아니 4류, 5류로 한없이 추락하면서 선거시즌이면 곧잘 소환되어온 시대정신이란 말조차 잘 들리지 않고 있다. 그 말 자체가 사치이고 이제는 아예 ‘허무 개그’같이 들리고 있는 탓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 본다. ‘2024년 4.10 총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건국전쟁’에 100만이상의 관객이 몰린 것이다. 바로 뒤이어 또 다른 이승만 대통령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도 개봉되자마자 관객이 줄을 잇고 있다.
문화전쟁이 벌어졌다 하면 연전연승, 승리는 항상 좌파의 몫이다. 김대중에서 노무현 정권 10년 이후 문화 권력을 좌파가 독점하면서 굳어진 현상이다. 이런 현실에서 좌파에 의해 친일파에, 독재자로 낙인찍힌 이승만 대통령을 다룬 영화가 공전의 흥행 대기록 세우다니.
정치가 운동권 출신 종북세력의 놀음으로 막장 드라마가 된 초현실적 상황에서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이야기에 사람들은 뒤늦게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는 다름이 아니지 않을까.
시작은 ‘코비드 팬데믹’때 부터인지 모른다. 뒤이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거기에다가 날로 그 호전성이 더해지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 그리고 도발에 광분해 있는 김정은. 전 지구적인 지정학적 대변화는 한국국민의 의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상화’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목말라 있다. 바로 그 점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피로 세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라’는 것이 국민적 소명이자 시대정신이라는 사실을 ‘이승만 신드롬’은 은연중 일깨워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이제 한 달 남짓 앞두고 있는 한국의 4.10총선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제 2의 건국전쟁이란 것이 그 답이 아닐까.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 전방위로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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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