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증시 밸류업’…한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여전
2024-03-01 (금)
변수연 기자
▶ 일본, 손보 434억달러 매각
▶ 금융청 “전부 팔아라” 3주만에
▶빅4 ‘정책보유주’ 매각안 제출
▶경영 개선 기대에 주가도 상승
한국이 여전히 증시가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증시 부양책에 나선다.
일본의 4대 손해보험사들이 총 6조 5000억 엔(약 58조 원) 규모의 정책보유주를 수년에 걸쳐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정책보유주는 순수 투자가 아닌 고객사와의 관계를 위해 장기 보유하는 주식을 말한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의 4대 손보사(도쿄해상·미쓰이스미토모해상·아이오이닛세이손보·손보재팬)는 이날 금융청에 정책보유주의 매각 방침이 담긴 업무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증시 부양 정책에 발맞춰 금융청이 오랜 관행이었던 정책보유주 매각을 지시한 지 3주 만에 구체적인 행동에 옮긴 것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상장사의 주가 개선 계획 마련부터 실행까지 정부가 관리·감독에 팔을 걷어붙이며 일본 기업들의 경영 개선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4대 손해보험사의 ‘정책보유주’ 청산 요청 △자사주 매입·소각 요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 유지 등 주요 핵심 정책이 닛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전후 복구에 한창이던 1960년대 금융기관이 거래처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정책보유주는 기업 간 주식을 교차 보유함으로써 경영권 방어, 경제적 이익 공유, 위험 분산 등을 목적으로 수십 년간 일본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책보유주를 교차 보유한 기업끼리 ‘말 없는 주주’로 서로 간의 감시와 감독에 소홀해졌고 도덕적 해이와 기업 지배구조 악화, 기업가치 하락 등의 복합적 문제를 안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에 쓰여야 하는 자금을 ‘잠자는 주식’으로 두고 있는 것도 총자산이익률(ROE)을 떨어뜨리는 문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청은 정책보유주를 기업의 경영 능력을 저해하는 주요 카르텔 행위 중 하나로 지목하고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개선 명령을 내렸다. 특히 지난해 12월 손보 4개사를 향해 부적절한 보험료 사전 조정 행위의 원인 중 하나로 정책보유주를 꼽고 업무 개선 계획 제출을 요구했으며 올해 2월 들어서는 정책보유주 전량 매각을 지시한 것이다.
금융청에 따르면 손보 4개사는 총 5900개 기업에 대한 정책보유주를 갖고 있다. 상위 보유 종목으로는 도요타자동차·혼다·스즈키·미쓰비시상사·이토추상사·신에쓰화학공업 등 일본 굴지의 대기업들이 즐비하다. 해당 기업들의 덩치가 큰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과 양자 간 교섭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매각 기간만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인 매각 방안은 올 5월 말 금융청에 제출하는 정기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의 전체 시가총액 대비 정책보유주 비중은 1991년 50.7%에서 2022년 11.7%까지 떨어졌다. 거품 붕괴 이후 수익이 악화된 금융기관들이 매각을 적극 추진한 데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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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