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비 전환에 6900억 투입
▶ 최대 3,000억 현금 인센티브에 LG엔솔 등 배터리사 공장 인접
▶GM “지금이 투자 적기” 판단
▶4월 본사 이사회 거쳐 최종 승인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인천 부평 공장에 6,900억 원을 들여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로 한 데는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한국GM처럼 기존 공장을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진행할 경우 투자액의 최대 50%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혜택을 부여했다.
최종 현금 지원 액수는 정부의 심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사업 전략상 PHEV를 다시 생산해야만 하는 GM 본사 입장에서 수천억 원대의 현금 인센티브는 매력적인 카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20일 “기아가 오토랜드 광명 2공장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4,000억 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GM의 투자액은 예상했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다”며 “정부가 외투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한 데다 PHEV 제조에 필수인 배터리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는 점이 GM의 마음을 한국 쪽으로 기울게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6년 메리 배라 회장이 취임한 이래 GM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왔다. 2035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생산하며 하이브리드차를 만들지 않고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겠다고 밝힌 것도 배라 회장 체제에서였다. GM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낼수록 한국GM의 전기차 생산 가능성도 함께 부각됐다. 한국에는 GM의 신차 개발을 담당하는 디자인센터가 있고 배터리 공급망도 갖춰져 있어서다.
하지만 GM 본사와 한국GM은 “국내에서의 전기차 생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GM이 전기차를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만 일부 외투기업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기차 공장을 지을 역량은 충분하지만 투자 환경이 미국·유럽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GM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이끌어낸 외국인 투자 현금 지원 제도의 전체 예산은 지난해까지 500억 원에 불과했다. 수도권 공장의 경우 지방정부가 50%를 매칭해도 총예산은 1,000억 원에 그쳤다. PHEV 등 전기차 공장이나 배터리·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의 경우 설비 교체에만 수천억 원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외투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한국GM은 2022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전기차 공장 세액공제 혜택도 거의 받지 못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 직면한 GM은 지난해 10월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픽업트럭 생산을 1년 연기한 데 이어 올해 전기차 생산 목표량도 40만 대에서 20만~30만 대 수준으로 낮췄다. 배라 회장은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고 인정한 뒤 “북미 지역에서 PHEV를 재출시하겠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생산하지 않았던 PHEV를 어디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다. 한국GM의 부평 공장이 GM 본사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유다. 한국 사업장은 북미 지역을 제외한 GM의 글로벌 생산기지(멕시코·캐나다·한국) 가운데 생산 효율성이 높은 공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부평 공장과 창원 공장에서는 각각 26만3,000대(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뷰익 앙코르·뷰익 엔비스타), 20만4,900대(트랙스)의 차량이 생산돼 80% 이상이 북미 지역으로 수출됐다.
여기에다 지난해까지 아쉬웠던 정부 차원의 외투기업 인센티브가 올해부터 대폭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GM은 부평 공장의 PHEV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총 6,9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현 인센티브 정책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3,450억 원에 이른다.
지방정부인 인천광역시가 인센티브의 절반(1,725억 원)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이전보다 인센티브 정책이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
<
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