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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부동산 부실 현실화… 제2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우려

2024-02-07 (수)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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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커뮤니티은행 20%대 급락
▶주가 반토막·예금인출 현실화

▶ 전국 지역은행으로 확산 우려
▶주주들 연방법원 집단소송 제기

상업용 부동산 부실 현실화… 제2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우려

뉴욕 대형 금융 지주사인 뉴욕커뮤니티뱅콥의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현실화되고 있다. [로이터]

대형지역 은행인 플래그스타 은행 등을 소유한 금융 지주사 뉴욕커뮤니티뱅콥(이하 NYCB)의 주가가 연일 두 자릿수대 급락세를 이어가며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10일 금융당국에 의해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 또 지난해 3월 12일 역시 강제 폐쇄된 시그니처은행 모두 파산 직전 주가가 급락하고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인 ‘뱅크런’(bank run)이 발생했는데 NYCB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주부터 플래그스타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고객이 급증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뉴욕증시에서 NYCB 주가(심벌: NYCB)는 전날보다 22.2%(1.20달러)나 급락한 4.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부 주주들이 이날 NYCB가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을 숨겼다며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NYCB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에서 작년 4분기 예상치 못한 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배당금의 최대 70% 삭감을 예고하면서 지난주에만 40% 넘게 폭락했었다. 이어 신용평가사 피치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로 전날에도 주가가 10.8% 급락했다. 불과 2주전만 해도 10달러를 넘었던 NYCB 주가는 1주일 사이에 반토막 이상 났다. NYCB 주가의 지난 52주간 최고치 14.22달러와 비교하면 70.5%나 폭락했다. 시가총액도 6일 기준 30억3,3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공개롭게도 NYCB의 자회사인 플래그스타 은행은 지난해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의 대출자산 상당부분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는데 플래그스타 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자산은 1,163억달러다. 직원 8,766명에 뉴욕을 중심으로 뉴저지, 미시건, 오하이오, 플로리다, 애리조나, 위스컨신 등에 40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NYCB는 플래그스타 은행 외에도 뉴욕주에서 퀸스 카운티 세이빙스 뱅크, 로즐린 세이빙스 뱅크, 리치몬드 카운티 세이빙스 뱅크, 루즈벨트 세이빙스 뱅크, 애틀랜틱 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뉴저지 주에서는 가든 스테이트 커뮤니티 뱅크, 오하이오주에서는 오하이오 세이빙스 뱅크,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주에서는 앰트러스트 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피치는 NYCB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추면서 “2건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손실과 대손충당금 증가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은 작년 4분기 실적 보고서 내용을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 확대를 둘러싼 우려가 지속되면서 KBW 지역은행 지수도 이날 1.4%(1.37달러) 떨어지며 96.63달러를 기록, 최근 하락세를 이어갔다. KBW 지역은행 지수도 지난 52주간 최고가인 122.57달러에 비해서는 21.2%나 하락한 상태이다.

해크만 웰스 파트너스의 러셀 해크만 창업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어둡다는 증거가 많은 데다 최소한 오피스 시장의 경우 대중에 알려진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졌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 폭락으로 전국 지역 은행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된 가운데,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은행대출 규모가 5,000억달러를 넘으면서 지역 은행들의 대출 비중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트렙을 인용해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은행 대출 가운데 2025년 말까지 만기인 자금 규모가 약 5,600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는 해당 기간 만기인 전체 부동산 대출액의 절반 이상이다. 특히 지역은행들은 신용카드나 투자은행 관련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NYCB에 실적 충격을 안긴 미국 내 상업용 오피스 시장의 침체는 금융시장에 충격을 미칠 수 있는 취약 고리로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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