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로 나서 몸개그를 펼친 손흥민 /사진=뉴스1 제공
이런 선수가 또 있을까. 손흥민(토트넘)이 보여준 캡틴의 품격. 팀이 힘들 때라 더 빛난다. 동료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클린스만호는 위기다. 64년 만의 아시아무대 정상 도전에 나섰으나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위라는 성적표. 1차전 바레인을 잡고 산뜻한 출발을 알렸으나, 2차전 요르단 경기에서 패배 위기까지 갔다가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했다. 3차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3으로 비겼다. FIFA 랭킹 23위 한국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결과였다.
부진한 성적에 선수단을 향해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 선수들은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까지 받는 상황이다. 자칫 팀 분위기마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였다.
어려운 시기에 팀을 위해 나선 이는 바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3차전 말레이시아전을 마친 뒤 미디어와 축구팬들을 향해 소신발언을 전했다. "선수이기 전에 한 사람이다. 선수들을 보호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료들을 지켜달라는 부탁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최고 축구스타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 파급력이 엄청나다. 팀에서도 든든한 힘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같은 생각을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의 입장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에서 공감한다"며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질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고 또 안 좋은 결과를 받았을 때 그런 질타를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장으로서 손흥민의 발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이끄는 선수다. 훈련장에서는 후배들 앞에서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조별리그를 마친 뒤 처음으로 진행된 팀 훈련. 분위기가 상당히 밝아보였다.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터져 나왔다.
밝은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손흥민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팀 훈련에서 손흥민은 골키퍼로 나서 직접 몸개그를 선보였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손흥민은 물이 뿜어져 나오는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장난을 치기도 했다. 주장 손흥민의 멋진 희생 덕분에 선수단은 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대표팀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는 대신 파이팅을 외치며 그라운드를 달렸다.
이제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조별리그 부진을 잊고 다시 달릴 때다. 클린스만 감독은 "결승까지 있는 것이 목표이고 결승까지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실점할 때마다 상당히 화가 나고 속상하고 짜증도 나고 여러 감정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는 좋은 팀이지만 어느 팀이든 쉬운 상대는 없다. 말레이시아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동시에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 선수들은 보여준 좋은 플레이도 있었다. 카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다음 경기에 못 뛰는 선수가 나오면 안 된다고 했다. 스스로 엄격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뛰자고 했는데, 경고자가 나오지 않았다. 또 김진수(전북현대), 황희찬(울버햄튼)이 복귀했다. 팀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믿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우승하러 왔고 목표도 뚜렷하다. 다들 같이 믿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