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털어 장사를 했는데 1년 만에 그 돈을 몽땅 날려 자살을 했다는 어느 중년 남성에 대한 사연을 본국 신문 기사를 통해 읽은 적이 있다.
또 그런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기 성 프렌차이즈에 대한 기사도 봤다.
안타깝고 안스럽지만 나는 전적으로 본인 잘못이라고 일침을 놓고 싶다.
장사를 하려면 반드시 경험이 필요하다. 먼저, 장사하고 싶은 분야의 경험을 쌓아야지, 그저 남의 말만 믿고 그동안 해오지 않은 일에 덜컥 발을 들인 자체가 잘못이다.
프렌차이즈 본사가 부모는 아니다.
그들이 알아서 보호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나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한 시대에 맞는 아이템 선정과 남들이 갖지 못한 나만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남들이 핫도그 가게를 열어 대박이 났다고 내가 흉내 내어 차린 핫도그 가게가 대박이 날 것이라는 어리석은 자만심은 결국 슬픈 기사 꺼리 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본기가 준비가 되었다면 다음에 실행해야 할 전략이 바로 '허들 전략'이다
‘허들’이란 일부러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어느 작은 식당에 갔는데 손님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의자는 고작 20개도 되지 않았다. 손님들은 너무 나도 자연스럽게 1시간을 넘게 줄을 섰다가 차례가 오자 자리에 앉으며 행복해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먹는 음식은 왠지 맛있다.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측은하게 보며 먹는 음식은 더 맛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수다조차 떨지 못하고 후딱 음식을 먹어야 하니 더더욱 맛있다.
물론 여기엔 맛이든 가격이든 특별 서비스든 어느 정도의 차별화 요소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허들을 넘었을 때 소비자의 감동은 배가 되고, 그 감동이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아주 잘 되던 식당이 장소를 큰 곳으로 옮기거나 인테리어를 세련되게 바꾼 후에 장사가 오히려 예전보다 못한 경우를 본다.
손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장소를 옮기더니 맛이 변했어.’ 라고 불만을 쏟아낸다. 사실은 아니다. 음식 맛은 변하지 않았다. 단지 식당 분위기가 바뀌고 너무 편안하고
편리해지면서 그동안 넘던 허들이 없어진 것이다.
음식 맛이 변한 게 아니라 손님들에게 새롭게 주어진 환경이 입맛을 변하게 한 것이다.
얼마 전 선배가 아주 유명한 식당에서 저녁을 사준다며 초대를 했다. 나는 그 식당을 찾는데 한참이 걸렸다. 식당 간판이 없어 몇 번을 돌고 돌았다. 결국 한참 만에 식당을 찾았다.
나는 짜증이 났고 빈정도 상했다. 그런데 내부엔 손님들로 가득했다. 투덜대며 선배와 마주 앉았는데 아주 친절한 웨이트레스가 어니언링을 무료로 가져다 주었다.
기분이 스르르 풀렸고 정말 맛있었다.
남들이 모르는 사각지대에서 밥을 먹는 기분. 허들 전략에 당한 것이다.
고객과 밀당을 하려면 허들을 만들어야 한다. 단, 허들 뒤엔 반드시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보상 없이 넘어야 할 허들은 실패만 앞당길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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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윤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