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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으로 바뀌는 결혼식장

2024-01-23 (화) 윤여춘 전 시애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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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촌뜨기였던 나는 유치원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자랐다. ‘국민학교’에 제때 들어가면 다행인 시절이었다. 대전이나 서울 출신 친구들 중에도 유치원 졸업생을 보지 못했다. 머지않아 유치원생 증손자를 둘 나이를 바라다보게 된 내 또래들이 고향에 돌아간다면 ‘노치원’에 들어가는 건 따놓은 당상이다. 유아들처럼 노래 부르고 춤추며 ‘재롱’을 떨 터이다.

한국에선 저출산 세태에 따라 유아들이 급격히 줄고 100세 시대를 구가하는 노인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많은 유치원이 ‘주간 노인보호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미국식으로 ‘시니어 데이케어’인데 노치원으로 통칭된다. 지방에 노인들이 많아 노치원도 많다. 꼬마들이 가지고 논 불록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조각 맞추기를 하고 토막 크레용으로 그림도 그린다.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유치원 194개소가 노치원으로 전환했다. 해마다 가속도가 붙는 추세다. 하지만 그건 약과다. 결혼예식장도 장례식장으로 바뀌고 있다. 결혼하는 청춘남녀는 줄고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데 따른 장삿속이다. 하객으로 갔던 식장에 이젠 조문객으로 가게 됐다. 예식장이 5년 새 276곳 줄었다. 물론 이들이 모두 장례식장이 된 건 아니다.


지난주 본국신문들이 충격적인 뉴스를 전했다. 70대 이상 노인 인구가 20대 청년 인구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정부 발표다. 작년 말 기준으로 70대 이상 고령 인구는 전년보다 23만여 명 늘어난 반면 20대 인구는 22만여 명이 줄어 1년 사이에 역전됐다. 결혼 적령 청년 인구뿐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 적령(6세) 어린이 수도 올해 처음으로 30만 명 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특히 ‘핵심 생산가능 인구’인 25~49세 연령층이 전년보다 26만3,000여명 줄었고 ‘생산가능 인구’인 15~64세 연령층도 35만여 명이나 감소해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에 소모성이랄 수 있는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년간 46만여 명이 늘어나 수직상승했다. 이들이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해 내년 ‘초고령 사회(20%)’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만큼 빠르진 않지만 미국도 성큼성큼 늙어간다. 지난 2022년 5,800여만 명이었던 65세 이상 인구가 2050년까지 8,200여만 명으로 47%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인구 대비 고령인구 비율도 17%에서 23%로 늘어나 초고령 사회가 된다. 반세기전 30세였던 미국인구의 중간 나이가 2022년엔 17개주에서 40세를 넘어섰다. 메인주는 44.8세, 뉴햄프셔는 43.3세다.

하지만 요양병원(너싱 홈) 신세를 지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3%에 불과하다. 예전 노인들보다 건강상태가 좋은데다 집 구조를 노인 친화적으로 개조하거나 휠체어, 워커 등 보행 보조기구들이 보편화된 덕분이다. 65~74세 연령층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성생활을 즐기고(7명중 한 명꼴로 비아그라 사용) 10명 중 1명 이상이 데이팅 앱을 이용한다는 재미있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한국인의 중간나이는 45.6세였다. 반세기 후엔 환갑이 중간나이가 된다. 어린이보다 청장년이 많고 청장년보다 노인이 많은 역삼각형 인구 피라미드이다. 올해 33개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다는데 아이를 낳을 젊은 인구 자체가 줄었다. 앞으로 꽤 오래 동안 인구 피라미드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청년 한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해야할 시대가 코앞에 닥친 상황이다.

저출산 대책에 손 놓고 있던 정치권이 총선이 임박하자 배우자의 출산휴가 한 달 연장, 신혼부부에 1억원 대출 등 급조 대책을 내놨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겠다는 신당도 있다. 지지층 표심을 자극하는 갈라치기 공약들이다. 패거리 싸움에만 혈안인 정치인들을 4월 총선에서 몰아내는 것이 저출산 못지않게 긴급한 한국 정치개혁의 첫걸음일 것 같다.

<윤여춘 전 시애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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