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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총장 사임과 팔레스타인 상황

2024-01-13 (토) 최형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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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클라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사임했다. 하버드대 400년 역사상 백인이 아닌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총장에 취임했던 그가 취임 6개월 만에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임 아닌 사임을 하게 됐다.

게이 총장의 사임으로 중동상황의 여파로 작년 12월5일 연방하원 청문회에 참여했던 3개 주요대학 총장 중 2명이 사임했다. 이때 유펜(펜실바니아대) 총장, 하버드대 총장, MIT대 총장이 증인으로 참여했다가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하원의원의 질문에 대답하던 중 말실수로 인해 리즈 매길 유펜 총장은 청문회 후 4일만에 사임했고,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한달을 버티다가 사임한 것이다. MIT 총장은 이사회의 전폭지지로 자리를 지켰다. 이 청문회에 컬럼비아대 총장도 초청받았다고 하는데, 참석을 거절해서 폭풍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유명한 대학의 총장들이 정치의 덫에 걸렸다고 보기도 한다. 미국의 대학 캠퍼스는 근년 우익 또는 극우정치인들로부터 지나치게 자유진보적인 노선을 추구한다고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같은 비판이 트럼트 집권시대 이후에는 노골적인 적대적 공격으로 발전되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게이 전 총장의 경우 최근 ‘표절’ 시비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하버드대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독립적인 조사결과 연구논문 중 인용 출처가 일부 누락된 것이 있었으나 학문연구 상 ‘비행’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12월20일 하원위원회가 하버드대에 이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한 이후, 게이 전 총장이 현직에 머무르기에는 힘든 상황이 된 것으로 이사회에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여러 대학 캠퍼스에서 현 팔레스타인 상황을 인식하는 입장에 따라 최근 수개월간 극심한 의견대립과 시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들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1,200명이 피살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참혹한 만행을 당했고, 240명이 인질로 잡혀갔다. 이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집중폭격과 군 진입으로 현재까지 약 2만3,000명의 가자인이 사망했는데 이 중 3분의 2는 여자와 어린이들이었다고 보도되었다.

가자지구는 길이가 25마일에 폭이 4마일에서 7마일쯤 되는 140평방미터의 작은 땅으로 이곳에 230만 명이 산다. 4개월째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건물의 75%가 파괴되었고, 인구의 85~90% 이상이 국내 난민이 되었는데, 워낙 땅이 좁고 인구가 밀집되어있어 계속되는 폭격을 피해서 갈 곳이 없다고 보도되고 있다. 물과 음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수돗물과 위생시설이 전부 파괴되어 가자인들이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삶을 살고 있고, 수많은 주민들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나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구호단체와 인권기구들은 보고하고 있다. 지난 10월 전쟁발발이후 가자지구에서 취재하던 저널리스트와 미디어 종사자 중 적어도 79명이 피살되었다고 언론인보호위원회는 보고했다.

이스라엘은 첫 6주간 가자지구 공격에서 민간인 대피지역으로 지정했던 가자 남부지역에도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2,000파운드 폭탄을 투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같은 위력의 폭탄이 과거 사용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인구밀집지역에 투하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2022년 3월 유엔특별기구는 이스라엘의 수십 년 지속된 팔레스타인 점령이 ‘아파타이드(인종차별정책) 범죄’와 ‘인류에 대한범죄’로서의 증거기준을 충족시킨다고 보고했다. 어떤 분석가들은 가자지구 전체가 전주민이 통제받는 큰 감옥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적대적인 중동의 주변 국가들로부터 국가 생존의 위험을 느낀다고 한다. 이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여야 중동에 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인간의 힘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막막한 심정을 가질 수 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9년 적대관계였던 이스라엘과 이집트간의 극적인 화해와 타협을 중재해서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에 대화가 진행돼온 관계정상화 협정을 앞두고 이를 방해하기 위해 자행되었다고 분석되기도 한다.

<최형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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