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클린턴…성착취범 ‘엡스타인 문건’ 파장
2024-01-05 (금) 12:00:00
▶ “사망 후라도 성범죄 단죄” 공감대
▶ 미 법원, 재판 거론 150여명 공개

2019년 7월 뉴욕에서 시위자들이 제프리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와 미성년자 성매매 공모 혐의로 뉴욕 남부 지역에서 공판을 기다리는 동안 항의 표지판을 높이 들고 있습니다. [로이터]
5년 전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구치소에서 숨진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의 ‘화려한 인맥’이 그의 재판 관련 문건 공개로 입증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 심지어 올해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등장했다. 이미 예전부터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알려진 인사들이긴 하지만, ‘실명 거론’ 자체가 불명예인 데다 일부 인물의 부도덕한 행태도 기재돼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3일 블룸버그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과거 엡스타인 사건 기록과 재판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성착취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가 엡스타인의 범죄 행각을 도운 길레인 맥스웰을 상대로 2015년 낸 명예훼손 소송 관련 자료다. 총 934쪽 분량으로, 피해자 녹취록과 이메일, 증언 등이 포함돼 있다.
앞서 뉴욕 연방법원은 지난해 말 이 문건에 익명 처리돼 있던 인물 150여 명의 실명을 밝히라고 명령했다. 부와 인맥 관리를 위해 미성년자를 포함, 수십 명의 여성을 ‘성노예’로 유린한 엡스타인의 추악한 범죄 실체를 끝까지 밝혀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법원이 수용한 결과다.
이날 실명이 공개된 대다수는 일찌감치 엡스타인과의 교류가 드러나 홍역을 치른 인물들이다. 예컨대 한 문서에는 그가 ‘클린턴은 젊은 사람(여성)을 좋아한다’고 언급했다는 피해 여성 요안나 쇼베리의 증언이 담겼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2년 9월 포르투갈의 한 공항에서 ‘엡스타인 성착취 사건’ 피해 여성으로부터 안마를 받는 사진이 공개된 적도 있는데, 성범죄 등 불법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