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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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용의 해를 맞이하며

2024-01-05 (금)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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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검은 토끼가 발 빠르게 도망 가버렸다. 그 토끼 등에 아직도 가시지 않는 전쟁과 기근까지 업고 도망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2024년은 청룡의 해이다. 옛 조상이 만들어놓으신 12가지 띠 중에 유독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동물이 ‘용’이다. 그 용은 꿈과 희망의 상징이라고 한다.

새해에는 누구나 더 큰 꿈을 품고 시작을 다짐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꿈을 가져라” “꿈대로 이루어진다” 심지어 “꿈을 꾸어라, 꿈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생명력이 없는 인형과 같다”라고까지 말한다. 분명 ‘꿈’은 오늘을 내일로 연결해주는 요인이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평가하는 자신보다 더 대단한 사람일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꿈의 대상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꿈을 통해 이웃의 꿈까지 이룰 수 있는 선한 능력을 발휘하기를 원하신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종종 그 꿈속에서 좌절도 맛보고 때론 포기도 해버릴 때가 있다.

그러나, 12년이 지나면 다시 찾아오는 용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있나? 우리가 꿈과 희망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그 속에 참 승리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우연히 과학실험 영상 하나를 보았다. 쇠구슬을 평탄한 내리막과 내리막 중간에 오르막이 몇 군데 있는 궤도에 각각 놓고 어느 쪽의 쇠구슬이 먼저 도착하는가 실험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르막이 있는 울퉁불퉁한 궤도를 내려온 쇠구슬이 먼저 도착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평탄한 내리막보다는 내리막 중간에 오르막이 있는 길이 ‘모멘텀’ 즉 ‘추진력’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 실험을 보면서 놀라움도 있었지만 아주 큰 위안도 받았다. 인생의 험난한 굴곡과 어려움이 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꿈의 속도를 올려주는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작은 꿈이 있다. 10년 넘게 끈질기게 추진해 온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 관련 법 개정이 그것이다. 7년 걸려 헌법소원을 승소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복수국적의 굴레와 대물림의 악법성은 그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고 아직도 그 일에 매달리냐며 조롱도 받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꿈이다. 세계 곳곳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내세우며 거주국의 공직이나 정계 진출을 꿈꾸고자 하여도 자신도 알지 못하는 복수 국적에 발목이 잡혀 한인 2세들이 꿈을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서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나의 희망인 것을 알기에 나는 포기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해외동포 한인 2세는 이민 출산이기에 원정 출산과 다르다고 아무리 설명해주어도 근거 없는 ‘병역 기피’와 ‘국민정서’ 운운하며 들으려하지도 않고, 또한 이곳에서는 내 일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나에게는 모멘텀이 되어 마음을 쏟으며 추진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해외동포 한인 차세대의 꿈은 대한민국의 꿈이자 곧 나의 꿈이기 때문이다. 내가 필요한 사람이 내 이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내 이웃이듯, 목소리 없는 한인 2세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나와 우리의 꿈이 되어 함께 손잡고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연은 거절이 아니다(Delay is not denial)’ 라고 했듯이, 이제껏 참고 견디며 기다렸던 모든 일들이 늦은 만큼 더 속도를 내며 성숙한 승리로 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몇년 전 금방이라도 해결해줄 것 같았던 서류미비자와 DACA 청소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희망을 실어줬던 것을 나는 잊지 못한다. ‘이민은 정치다’라고 했듯이 9.11 테러 이후 23년 만에 이민 개혁안이 통과되어 많은 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결국 우리가 꾸는 보이지 않는 꿈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어느 날 그 꿈은 우리에게 반드시 현실로 다가올 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꿈은 의미있고 가치있는 꿈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나르는 용과 함께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선한 꿈을 가지고 희망찬 2024년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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