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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전의 성장 전망 넘어선 미국 경제

2023-12-20 (수)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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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좀처럼 믿으려 들지 않지만, 수치상으로 볼 때 미국 경제는 꽤 잘나가고 있다. 사실 국내경제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이전에 나온 전망치를 연이어 추월해가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내닫고 있다.

연방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의 고용주들은 지난 11월, 월가의 예상을 살짝 웃도는 총 19만9,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추가했다. 팬데믹이 시작되기 이전인 2020년 1월, 초당파적 기구인 의회예산국(CBO)이 전망한 올해 11월의 전체 고용 규모에 비해 200만 개의 일자리가 얹혀진 수치다.

이건 대단히 경이로운 일이다. 팬데믹이 닥치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상처가 오랫동안 아물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2007-2009 경기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노동시장이 충격을 털어내고,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기록적인 일자리 손실로 이어진, 백년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공중보건 위기 속에서 근로자들은 글로벌 쇼크의 후유증을 견뎌내며 노동시장의 ‘실지 회복’에 성공했다. 그들의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끝내 팬데믹 이전에 나온 전문가들의 예상을 넘어섰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노동시장은 팬데믹 이전의 예상을 여지없이 따돌렸다. 예를 들어 지난 2020년 1월, CBO는 2023년 말의 국내 실업률이 4.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수치는 반세기만의 저점인 3.7%에 머물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 2년 연속 4%, 혹은 그 아래로 떨어졌다. 현재 일하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성인들의 비율도 CBO의 예상치를 웃돈다.

노동시장 이외의 다른 경제 전선에서도 전문가들의 전망은 빗나갔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이자 오바마 행정부 국가경제회의 수석 부의장을 역임한 제이슨 퍼먼이 지적하듯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삼아 측정한 현재의 경제규모 역시 팬데믹 이전에 나온 전문가들의 예상을 넘어섰다.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친 오늘날 미국의 GDP는 팬데믹 전인 지난 2020년 초반에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경제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IMF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로 IMF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팬데믹 위기 이전에 이처럼 유수한 국제기구와 명망 높은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의 성장여력을 저평가했던 이유가 무얼까? 또한 예상보다 심각했던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과 GDP가 순항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팬데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중보건 위기가 닥치고, 그 여파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자 정책결정자들은 이전과는 달리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대응했다. 이들은 이전의 경기침체 해법, 혹은 다른 나라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재정 및 통화 부양책을 구사했다. 분명히 밝히지만 공격적인 경제부양책은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가 선택한 카드였다. 이같은 부양조치는 미국인 근로자들의 빠른 직장 복귀를 도왔고, 경기 대침체 때와는 달리 정상회복을 위한 길고도 고통스런 작업을 피해갈 수 있었다. 예상보다 빠른 일자리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다.

반면 부양조치는 가뜩이나 경제의 생산능력이 뒤처져있던 시기에 소비자 수요를 부추겨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 생산능력이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기업의 능력을 뜻한다.) 고용주가 상품과 원자재, 일손의 총체적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욕이 달아오르자 기업들이 시장에 풀어놓는 재고 상품의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이 예상보다 빨리 올라간 이유다.

팬데믹이 시작된 때로부터 3년 이상이 지난 뒤에야 일자리와 상품가격 상승효과가 수그러들었다. 가격성장세가 꺾였고, 고용수치 역시 한때 그랬던 것처럼 눈이 튀어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탄력을 잃지 않고 있다.


만일 2020년 1월 누군가가 일자리 200만 개가 ‘추가’되고, 실업률이 4%, 인플레이션이 3% 선인 경제를 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물었다면 필자는 “아마도 대단히 만족스러워할 것”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이건 분명 잘못된 대답이다. 소비자들은 그들을 괴롭혔던 인플레이션의 악몽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가시지 않은 분노와 불만 때문인지 유권자들은 일자리 추가 성장 소식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아마도 유권자들은 ‘서프라이즈’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아니면 더 나은 일자리나 임금은 그들 스스로 일구어낸 당연한 결과인 반면 인플레이션은 일방적으로 강요된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본성 탓일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와 인플레이션은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어느 정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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