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인 13% 만성콩팥병 노출… 혈당·혈압 조절이 중요

2023-12-12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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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팥 기능 저하 3개월 이상… 최근 10년 새 2배 증가

콩팥은 몸속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기관이다. 콩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대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혈압이 상승하고 부종·식욕 부진·빈혈·뼈와 혈관 손상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기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3개월 이상 기능 저하되면 ‘만성콩팥병’, 환자 10년 새 2배 증가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CKD·만성신부전)은 원인과 관계없이 콩팥 손상이나 기능 저하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뜻한다. 만성콩팥병은 전 세계 인구의 11%(남성 10.4%, 여성 11.8%)가 노출돼 있다.


국내 환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가 지난해 발간한 ‘1차 의료용 근거 기반 만성콩팥병 임상 진료 지침’에 따르면 대한신장학회 자체 조사 결과, 우리나라 대도시 성인 가운데 13%가 만성콩팥병이고, 사구체여과율이 60mL/분/1.73㎡ 미만으로 감소한 환자는 성인 인구의 5% 정도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소분류(3단 상병) 통계를 보면 만성콩팥병 진료 인원(입원·외래)은 2012년 13만7,003명에서 2022년 29만6,397명으로 10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최근 5년(2018~2022년) 통계에서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2018년 22만6,877명이던 만성콩팥병 진료 인원은 2020년 25만9,116명, 지난해 29만6,397명으로 7만 명가량 늘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신장학회 등에 따르면 만성콩팥병은 콩팥 기능 감소 정도에 따라 1~5단계로 분류한다. 단계는 주로 GFR(glomerular filtration rate·사구여과율)이라는 콩팥의 여과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로 결정된다.

만성콩팥병은 조기 진단해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신(腎)대체요법(투석(透析), 콩팥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태에 이르거나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조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만성콩팥병은 조기 발견해 적절히 관리하고 치료하면 병 악화를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등 예후(치료 경과)를 현저히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체계적인 치료로 콩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만큼, 조기 발견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가장 큰 원인 노화…당뇨병·고혈압 있으면 급속 악화

콩팥 손상이나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 중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다만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기능 저하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정상인도 40대 이후부터 매년 사구체여과율이 1mL/분/1.73㎡ 정도 노화로 감소하게 된다”며 “하지만 혈관에 손상을 유발하는 당뇨병·고혈압을 오래 앓거나 콩팥 손상을 일으키는 사구체신장염이 있으면 기능 저하가 더 빨리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다낭성신증과 같은 유전 질환, 특정 약물(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일부 항생제 등)이나 독성 물질(헤비메탈 등)에 오래 노출되면 콩팥이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만성콩팥병 치료는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 및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1~2단계에서는 원인 진단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가장 많은 원인이 되는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

콩팥 손상 위험 요인(흡연, 비처방 약물 사용 등)을 줄이는 생활 습관 개선도 필수이다. 이 시기에는 정기적인 혈액 및 소변검사로 콩팥 기능을 관리해야 한다.

또 △3~4단계는 콩팥 손상과 기능 감소가 가속화되므로 기저 질환과 합병증을 더 집중 관리해야 한다. 단백뇨·고혈압·빈혈·뼈와 미네랄 이상 등 합병증 관리도 필요하다.

식사 조절, 특히 나트륨·칼륨·인 섭취 제한 등이 필요하지만, 이는 남은 콩팥 기능 정도와 원인 질환에 따라 환자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의사와 적극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이상호 교수는 “콩팥에 해가 될 수도 있는 약물 부작용 관리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콩팥을 보호하는 약물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5단계는 이미 콩팥 기능이 너무 나빠져 노폐물이 과도하게 축적돼 합병증이 더 진행하기 전에 투석 치료나 콩팥이식 준비가 필요하다. 투석을 받는 환자들은 특별한 식사와 약물 관리가 병행돼야 하고 심혈관 합병증, 뼈와 미네랄 이상, 빈혈 등의 집중적 관리도 받아야 한다.

◇영양 성분·수분 섭취·염분 등 콩팥 기능 따라 세밀히 관리해야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은 콩팥을 더 손상하므로 혈압을 정상 범위 내에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염식은 반드시 필요하고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라면 콩팥 기능 유지를 위해 혈당 조절이 중요하다.

혈당을 정상 범위 내에 유지하면 콩팥 손상을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 체중 관리는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려면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할 때 저염식과 체중 관리를 위한 식사 요법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정도에 따라 단백질·칼륨·인 등은 특정 영양 성분 섭취를 제한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은 콩팥 정도에 따라 환자별로 정도는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전문가 조언을 따라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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