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폐쇄를 둘러싼 또 한 차례의 전투가 끝났다. 의회는 지난 회기와 동일한 수준의 정부 지출을 한시적으로 승인했고,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기로 했다는 뉴스 헤드라인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게다가 10년 만기 정부채의 이자율 급등으로 미국의 대외 이자 지불 능력이 통제불능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 또한 수그러들었다.
이 정도면 국가의 장기 재정적자 문제가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앓고 있는 난치병인 고질적 재정적자의 원인을 알고 싶다면 어번 인스티튜트가 작성한 보고서부터 읽어보라. 어번 인스티튜트는 미국인들이 매년 사회복지 시스템에 지불하는 액수와 후일 그들이 되돌려 받는 혜택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보고서는 국가 재정에 구멍을 내는 은퇴자 복지제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번 인스티튜트의 연구진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매년 평균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미혼 남성은 2020년 65세의 나이로 은퇴하기 전까지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 시스템에 대략 47만 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반면 그가 은퇴 후 받는 베네핏의 총액은 64만 달러에 달한다. 배우자 가운데 한 명은 평균수준의 임금을, 다른 한 명은 저임금을 받는 커플이 2020년 은퇴할 때까지 내는 세금은 대략 68만 달러지만 은퇴 후의 베네핏 예상액은 그 두 배에 가까운 124만 달러다.
베네핏 규모는 여러 요인들을 감안해 산출된다. 인플레이션,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 정부에 내는 세금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근로자들이 올릴 수 있는 수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인타이틀먼트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의 주된 재원은 급여세에서 종업원과 고용주가 각기 일정부분을 부담하는 사회보장세와 수혜자들로부터 매월 원천 징수하는 메디케어 보험료다.
어떤 각도에서 보든, 보편적인 인식과는 정반대로 미국인 은퇴자들은 그들이 실제로 지급한 액수보다 훨씬 후한 사회복지 및 의료보장 혜택을 누린다. 문제는 앞으로 갈수록 사회복지 시스템에 투입되는 자금과 여기서 빠져나가는 지출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헬스케어 비용 상승과 새로운 의료 서비스 등장으로 메디케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상대적으로 더딘 실질 소득 상승속도로 인해 소셜 시큐리티 자금 역시 심한 압박을 받게 된다.
현재와 같은 인타이틀먼트 프로그램의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은퇴자들은 환호성을 내지를지 몰라도 장기적인 국가 재정전망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어번 인스티튜트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유진 스튜어리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 동안 국내지출 성장은 대부분 메디케어와 소셜 시큐리티가 주도했다. 미국의 고령화와 출산률 저하로 앞으로 수년간 메디케어와 소셜 시큐리티 지출액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반드시 필요한 다른 분야의 지출은 계속 차단될 것이다.
이처럼 골치 아픈 재정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세금을 인상하고,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는 한편 (이민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는 근로연령층을 확대하는 방안을 복합적으로 시행하면 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사실상 이같은 옵션을 배제했다.
최근 워싱턴에서 이루어진 유일한 초당적 합의는 이들 해법 가운데 그 어떤 것도 추구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옵션 하나하나가 유권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나이든 유권자들의 공분을 자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오래 전에 유지 불가능한 사회복지 혜택을 약속받았다. 게다가 이들은 기존 사회복지제도가 수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은퇴 노인들 대부분은 그들이 누리는 혜택과 각자가 납부한 사회복지 관련 세금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현행 세제와 사회복지 제도가 지닌 불투명성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을 얼마든지 각성시킬 수 있다. 연방의회 의원과 대통령은 어번 인스티튜트의 보고서뿐만 아니라 미국의 재정문제와 가능한 해법을 다룬 숱한 자료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든 유권자들을 상대로 사회복지 혜택과 자원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과 이를 좁히기 위한 세금 인상이나 베네핏 축소 등의 해법을 설명하는 대신 정치인들은 이들의 저항을 받지 않는 편한 길을 택했고, 이로 인해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세 곳의 국제 신용 평가기관 가운데 두 곳이 미국채의 신용등급을 끌어내린데 이어 나머지 한 곳 역시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주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국가부도사태, 혹은 정부폐쇄를 입에 올려가며 툭하면 분노 발작을 일으키는 하원 공화당의 탓만이 아니다. 양당 모두 인타이틀먼트 프로그램에 산술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 들기 때문이다.
이건 젊은 미국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선택의 문제다. 정치인들은 취학 전 아동 보육 프로그램, 혹은 유급 출산휴가나 부양자녀 세금공제 혜택 확대 등을 위한 예산을 찾아내지 못한다. 사회복지 예산의 규모가 워낙 큰 탓에 다른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할 재정 여력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인타이틀먼트 시스템에 손을 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노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미래의 ‘지출 의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이들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한다.
미국 사회는 오래 전 노인들에게 경비가 얼마가 들던 간에 최저 생계수준을 보장해주겠노라 약속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그와 동일한 종류의 혜택을 보장하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할지 문득 궁금해진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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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