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똥’
2023-11-28 (화)
송찬호
산토끼가 똥을
누고 간 후에
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
그 까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토끼는
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
‘산토끼 똥’ 송찬호
산토끼 똥도 산토끼를 그리워하는구나. 산토끼 속을 잘 아는 산토끼 똥이 산토끼가 사라진 산 너머를 바라보는구나. 자신을 덩그러니 남겨두고 개운하게 줄행랑쳤어도 원망하지 않는구나. 산토끼 똥이라도 꿈은 커서 말똥말똥 눈 뜨고 있구나.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동공이 다 풀어져도 산토끼 똥은 산토끼가 그리워 봄이 오면 손짓하겠구나. 산토끼가 먹은 풀씨를 잘 키워서 푸른 잎을 흔들겠구나. 산토끼와 산토끼 똥은 그렇게 다시 만나겠구나. 반칠환 [시인]
<송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