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꽉 막힌 차선, 돌고 돌아 ‘고난의 2시간’

2023-11-14 (화)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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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번 Fwy 전면폐쇄 첫 출근길 르포

▶ 10번·5번·101번 교차, 다운타운 통과 거북걸음 36마일 거리 40분 더 지체… ‘언제 재개통 되나’ 한숨

꽉 막힌 차선, 돌고 돌아 ‘고난의 2시간’

LA 다운타운 10번 프리웨이 폐쇄 구간 아래 대형화재 현장에서 13일 캘리포니아주 교통국(캘트랜스)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상혁 기자]

주말인 지난 11일 새벽 LA 다운타운을 통과하는 10번 프리웨이 오버패스 밑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알라메다 스트릿과 10번, 60번, 5번 프리웨이가 만나는‘이스트 LA’ 교차로 사이 구간이 무기한 폐쇄됐다. 이 구간은 10번 프리웨이는 물론 60번과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다운타운이나 한인타운, 웨스트 LA로 가려는 하루 30만대의 차량이 몰려‘병목 현상’ 발생 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월요일인 13일 이곳을 통해 출근하는 운전자들은 저마다 우회로를 찾아 헤매며‘고난의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10번 프리웨이 폐쇄 구간이 언제 다시 개통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몇 달간 매일 이같은 고생을 해야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는 하소연이 한인 통근자들로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13일 월요일 아침 험난했던 출근기다.

지난 주말 모든 TV와 라디오 방송이 10번 프리웨이 다운타운 구간 교각에 위치한 목제 팔렛 야적장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나 일부 구간이 폐쇄되고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는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기자는 LA 동부지역 다이아몬드바에서 LA 한인타운 윌셔가에 있는 사무실까지 매일 출근해야 하는 처지라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통상적으로 월요일의 경우 1시간10~15분, 화~목은 1시간25~30분쯤 출근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번 화재로 인해 무기한 폐쇄된 구간이 공교롭게도 한인타운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10번 프리웨이 알라메다와 산타페 사이다.

오전 6시30분께 구글맵을 확인했더니 60번 프리웨이에서 710번 프리웨이로 올라가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101번 프리웨이로 우회할 경우 1시간25분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안내가 나온다. 7시30분에 다시 확인해 보니 이번엔 1시간30분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엄청난 교통대란을 예상했는데 이 정도 시간이라면 차를 끌고 출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출근 길에 자주 들었던 라디오 방송 뉴스 청취를 포기하고 구글맵에 집중했다. 605번 프리웨이 분깃점을 지나자 서서히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710번 프리웨이를 우회로로 선택한 운전자들 때문에 바깥쪽 3개 차선은 차량들로 꽉차 있었다.

710번 프리웨이를 지나자 구글맵은 다운타운 입구에서 5번 북쪽방향을 타라고 안내햇다. 시속 5마일도 안되는 속도로 진행해 5번 프리웨이 분깃점에 거의 도달할 무렵 101번 프리웨이로 진입하려는 메시지가 나왔다.

101번 프리웨이로 들어가려면 차선을 다시 한차선 왼쪽으로 옮겨야 하는데 서행하는 차량들이 비켜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운전석 쪽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간신히 양보를 받아 차선을 옮겼다.

이번에는 5번 북쪽 방향에서 올라온 차량들이 101번 프리웨이 차량과 뒤섞여 진행 속도는 거의 걸음마 수준이다. 차선을 바꾸려는 운전자와 비켜주지 않으려는 운전자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신경질적인 자동차 경적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 한대를 꺼내 한모금 들여 마셨다. 110번 프리웨이 분깃점을 지나자 비로서 차량 흐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샌타모니카/웨스턴 출구에서 내려 로컬 길을 타고 회사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36마일 거리를 정확히 2시간 걸려 도착했다. 이동이 완료됐다는 구글맵 메세지는 자기 덕분에 5분 빨리 도착했다며 축하한단다. 출발할 때 알려 줬던 예상시간 1시간 25분보다 35분 더 걸렸는데도 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가는데 몸과 마음은 기진맥진. 오늘 하루는 억지로 출근했다지만 언제 다시 10번 프리웨이가 개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사무실 책상 옆에 켜 놓은 TV에선 수요일인 15일부터 4일 동안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가 속절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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