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화인들의 우상 헤어초크 감독, 버클리서 영화제

2023-11-10 (금) 이정훈 기자
작게 크게

▶ 11월9일 - 내년 2월24일, 버클리 아트 뮤지움 ‘30여편 상영’

영화인들의 우상 헤어초크 감독, 버클리서 영화제

버클리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는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

영화인들의 우상 베르너 헤어초크(Werner Herzog) 감독의 영화제(Infinite Horizons : The Films of Werner Herzog)이 11월9일부터 버클리 아트 뮤지움에서 열린다. 명장 헤어초크의 대표작 30여편이 출품되는 이번 영화제에는 헤어초크의 전설적인 작품 ‘피츠카랄도’를 비롯 ‘아귀레, 신의 분노’, ‘어둠의 교훈’, ‘악질 경찰’ 등이 내년 2월 24일까지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 헤어초크 영화전을 위하여 버클리를 방문 중인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은 버클리는 28년전 아내 레나 헤어초크를 만나게 된 장소라며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버클리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버클리는 또 헤어초크가 버클리 출신의 젊은 영화 감독 에롤 모리스와의 내기에서 져 구두를 먹게 된 장소이기도하며 이 장면은 ‘헤어초크 구두를 먹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타리로 만들어져 세인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09년 타임지로부터 가장 영향력있는 100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헤어초크 감독은 영화를 만듬에 있어 단순히 하나의 오락 매체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철학적,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예술로서, 책이나 그림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승화, 때로는 광기의 예술가로서, 때로는 지칠줄 모르는 열정의 예술가로서 수많은 영화 지망생들에게 칭송받기도 한다.


아마존 밀림에 오페라 하우스를 세우겠다는 미친(?) 야망을 그린 영화 ‘피츠카랄도’에 대해 영화를 찍음에 있어 인간의 극한에 도전하는, 목숨을 건 생존게임이나 극한의 스포츠를 하는 자세로 임했다고 말하는 헤어초크 감독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20세기는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더불어 생존경쟁에 시달리는, 인간들이 서로 물고 뜯기는 무서운 사회로 돌변하고 있다”며 그 예로 6백만 유태인들을 학살한 나치와 천만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희생된 1차세계대전을 예로 들었다.

평론가들은 헤어조크의 영화에서 나타나고 있는 광기는 현대 문명의 어두운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아귀레, 신의 분노(1972)’에서는 페루의 밀림 속에서 잃어버린 황금 도시를 찾는 정복자들은 욕망을 통해 유럽 식민주의의 잔혹성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나치즘, 식민주의, 노예제 등 유럽의 어두운 역사와 문명 뒤에 감추어진 추악한 속성에 대해 헤어조크의 작품들은 그의 첫 작품 ‘인생의 기호(Signs of Life, 1968)’에서 2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당한 독일 병사가 그리스의 섬에서 점점 미쳐가는 이야기를 통해, 문명 속에서 정상적인 사람이 어떻게 광인이 되어가는지, 그 문명 속의 인간들의 피폐된 일면을 주의 깊게 보여주고 있다.

1942년 뮌헨에서 태어난 헤어초크는 학교를 싫어했으며, 18세에 모든 것을 던지고 아프리카 수단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세계 각지를 방황하던 헤어초크는 다시 뮌헨으로 돌아와 철강소 등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첫 단편 ‘헤라클레스( Herakles)’를 만들어 영화에 대한 야망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미국 피츠버그로 유학을 떠난 헤어초크는 그곳에서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서 총기밀수에 관여하기도 했으며, TV 방송국에서 일하기도 했다.
영화인들의 우상 헤어초크 감독, 버클리서 영화제

헤어초크 감독의 대표작 ‘피츠카랄도’의 한 장면


공식적인 영화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68년에 만든 헤어초크의 첫 장편 ‘생명의 징후( Lebenszeichen)’ 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게된 그는 71년 ‘난쟁이도 작게 시작했다’, ‘파타 모르가나’를 거쳐 72년 ‘아귀레, 신의 분노’로 독일의 새 시네마의 기수로 당당히 떠오르게 된다.

- 주요 작품 상영 스케줄-

▶싸인즈 오브 라이프(Signs of Life) - 11월9일, 2023
▶악질 경찰(Bad Lieutenant: Port of Call New Orleans, 2009) - 11월9일, 2023
▶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 1970) - 11월 10일, 2023
▶아귀레, 신의 분노(Aguirre, the Wrath of God, 1972) – 11월 10일, 2023, 12월 2일, 2023
▶어둠의 교훈(Lessons of Darkness, 1992) – 11월 12일, 2023
▶피츠카랄도(Fitzcarraldo, 1982) - 11월 24일, 2023, 12월 15일, 2023
▶꿈의 무게(Burden of Dreams) – 11월25일, 2023
▶보이제크(Woyzeck, 1979) – 12월 6일, 2023
▶노스페라투(Nosferatu the Vampyre, 1979) – 12월9일, 2023
▶난장이도 작게 시작했다(Even Dwarfs Started Small, 1970) – 1월13일, 2024
▶스트로스제크(Stroszek, 1977) – 1월20일, 2024
▶레스큐 던(Rescue Dawn, 2006) – 2월18일, 2024
▶사막의 여왕(Queen of the Desert, 2015) – 2월 24일, 2024
▶장소 : BERKELEY ART MUSEUM & PACIFIC FILM ARCHIVE(2155 Center Street Berkeley, CA), (510) 642-0808, bampfa@berkeley.edu
영화인들의 우상 헤어초크 감독, 버클리서 영화제


<이정훈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