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건조한 탓에 눈이 뻑뻑해지는 안구건조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난다. 최근에는 태블릿·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잦은 사용 등으로 안구건조증(건성안)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안구건조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243만1,662명이나 될 정도다. 이런 가운데 대한안과학회가 마케시안 헬스케어와 함께 전국 20~60대 성인 남녀 500명에게‘2023 안구건조증에 대한 대중 인식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81.0%가 눈 뻑뻑함, 눈 시림, 충혈, 이물감, 통증, 시력 저하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이 안구건조증 증상을 겪어본 셈이다.
안구건조증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7.8%를 차지했다. 이 중 50, 60대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젊은 세대일수록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안구건조증을 진단받을 때 백내장·녹내장·황반변성 등의 실명 질환도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대해선 61.6%가 몰랐다고 답했다.
안구건조증 치료 필요성을 알고 있는 비중에 비해 안구건조증 진단 시 다른 실명 질환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안구건조증 치료·예방을 위한 방법으로 54.2%가 인공 눈물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한다고 답했으며 원인에 따른 치료 약을 사용하는 경우는 14.8%로 미미했다.
자신이 사용한 인공 눈물 성분을 모른다는 답이 38.8%에 달하면서 안구건조증 치료·예방 인식이 부주의했다.
안구건조증을 방치하면 각막염과 같은 2차성 눈 질환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심하면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어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또한 의사 진단 없이 인공 눈물을 오·남용하면 눈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종수 대한안과학회 이사장(부산대병원 안과 교수)은 “최근에는 전자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고령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안구건조증이 늘고 있다”며 “젊다고 방심해선 안 되며 증상이 심해지면 눈 표면에 손상을 초래해 2차 감염 위험성이 증가하므로 가능한 조기에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인공 눈물, 하루 6회 이상 점안하면 각막세포 성장 억제
인공 눈물은 성분에 따라 각막미란·건성 각결막염·각막궤양 등을 치료하기 위해 쓰인다. 안구 표면 염증을 완화하기 위해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안구건조증을 개선하고 각막염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도 한다.
안구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눈에 들어간 이물질과 미세먼지를 세척하기도 한다. 인공 눈물에는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 ‘히알루론산’처럼 눈물 점액질과 지질 역할을 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인공 눈물은 점안액·연고 타입·겔 타입으로 나뉜다.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은 점안액 타입이다. 편리하고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반면 연고나 겔 타입은 지속 시간이 길지만 사용 후 시야가 뿌옇게 보여 점안액에 비해 사용감이 좋지 않다.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것은 인공 눈물이 안구에 오래 머물도록 각종 고분자 물질을 첨가했기 때문이다. 고분자 물질 크기가 클수록 흐려지는 정도가 심하다.
인공 눈물에 든 방부제는 항균 효과가 뛰어나게 하는 ‘벤잘코늄’이라는 성분이 쓰인다. 독성이 강해 하루 6회 이상 점안하면 각막세포 성장을 억제하거나 각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황제형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는 “콘텍트 렌즈를 사용하거나, 알레르기 질환이나 안구건조증이 심하거나, 하루 6회 이상 안약을 점안할 때는 방부제가 없는 인공눈물을 사용하길 권한다”고 했다.
1회용 인공 눈물은 눈물 성분과 가장 유사하며 작은 용기에 소량씩 넣어져 있어 방부제가 들어 있지 않다. 대신 개봉하면 하루 이상 쓰지 말아야 한다. 최근 개봉 후 다시 뚜껑을 닫고 쓰는 제품도 좋지 않다. 기존 인공 눈물보다 더욱 소량의 인공눈물 제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콘택트렌즈를 쓴 사람이라면 렌즈를 제거한 뒤 인공 눈물을 점안해야 한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의 인공 눈물 점안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용액이 눈과 렌즈 사이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 렌즈가 눈에 달라붙기도 하고, 방부제 성분이 렌즈에 흡착되면서 각막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특히 소프트 렌즈는 눈과 렌즈의 접촉 부위가 넓어 눈과 렌즈가 흡착될 가능성이 더 크므로 위험하다.
한편 대한안과학회는 인공 눈물 점안 시 제품 입구에 손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힌 후 아래 눈꺼풀을 손으로 잡아 흰자위나 빨간 살 부분에 살짝 떨어뜨릴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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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