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폐경 되면 정말 살이 찌나요?

2023-11-07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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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경 이행기에 몸무게 2~6㎏ 늘어나

중년이 되면 뱃살이 늘어나 고민하는 여성이 크게 늘어난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와 함께 폐경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50세 전후에 생리가 1년 이상 되지 않으면 ‘폐경’으로 진단한다. 그 이전 생리 주기의 규칙성이 사라지는 시기부터 폐경될 때까지를 ‘폐경 이행기’로 부른다. 폐경 이행기는 2~8년 정도다. 난소 기능이 없어지는 폐경 이행기가 되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폐경 여성의 80% 이상은 수면장애·우울증·안면홍조 등 신체·정신적 변화를 겪게 된다. 또한 근육량이 줄어드는데 근육이 감소하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살이 쉽게 찌게 된다.


최세경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복부는 팔다리보다 공간이 많아 쉽게 살이 찐다”며 “폐경 전후 여성은 몸무게가 연평균 0.8㎏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 이행기(2~8년)에는 2~6㎏ 정도 찌는 셈이다.

여성의 복부 비만 유병률을 살펴보면 폐경 전 단계에는 32.1%, 폐경 후에는 44.5%로 폐경 후 여성이 더 높았다.

폐경기 여성은 고혈압도 조심해야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중 지질 농도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체내 혈관에도 직접 작용해 동맥을 확장하는 기능이 있다. 이 때문에 폐경기 에스트로겐 감소는 고혈압·관상동맥 질환 등 심혈관 질환 발생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폐경기 이후 여성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홍조,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등을 단순하게 여겨 간과할 때가 많다.

뼈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바로 뼈 형성 과정에서 칼슘 흡수를 돕는 에스트로겐 결핍 때문이다. 폐경 후 1년간은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히 줄어 뼈가 분해되는 양이 뼈 생성량을 넘어서면서 뼈 밀도가 감소하는 골다공증이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칼슘제나 비타민 D 제제를 복용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도록 하고, 이미 골다공증이 진행됐다면 골밀도 검사를 통해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약이나 주사제를 처방받아 치료해야 한다.

폐경기 이후 중년 여성이 지켜야 할 건강 수칙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흰쌀보다는 현미가 좋고 빵·과자·떡·밀가루 등 정제되고 달콤한 탄수화물은 피한다. 당분도 몸속에서 대부분 지방으로 전환되는 만큼 달콤한 간식·음료수·믹스커피뿐만 아니라 과일의 양도 줄이는 게 좋다.


둘째,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노화와 함께 근육량이 줄어들고 기초대사율이 떨어지기에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 근육 원료가 되는 단백질 섭취는 적극적으로 늘리는 게 좋다. 콩, 두부뿐만 아니라 닭가슴살·소고기·생선 등 동물성 단백질을 하루 최소 한두 끼는 꼭 섭취해야 한다.

셋째,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운동은 지방 분해와 근육량 증가를 위해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식이 조절과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갱년기 여성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예민해져 쉽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정신적인 여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폐경 후 적절한 호르몬 치료도 중요하다. 폐경 후 몸과 마음 변화는 폐경 전후 에스트로겐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따라서 증상에 대한 충분한 검사와 함께 전문의와 상의 후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 폐경 후 적절한 호르몬 요법은 여성 삶의 질 향상과 골다공증 예방, 폐경 후 살이 찌는 증상에 대한 예방 등 여러 장점이 많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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